세계일보

검색

“대검 의견 청취” vs “요식행위”… 법무부·대검 ‘불통’ 지속

입력 : 2020-08-16 18:46:38 수정 : 2020-08-16 20:24:09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인권감독과, 인권정책관 산하로’
법무부, 관련 규정 의견조회 요청
대검에 2시간30분 여유시간 제시
대검측 “의견 낼 시간 부족” 항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법무부와 대검찰청 사이의 소통은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 인사를 놓고 내홍 양상을 보인 법무부와 대검이 이번엔 대검 직제개편을 두고 또다시 불통 논란에 휩싸였다. 법무부는 대검의 의견을 들었다는 입장이지만 대검은 시늉뿐이었다며 반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대한 대검의 의견조회를 요청하며 2시간30분의 여유시간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대검 감찰부 산하에 두기로 한 인권감독과를 인권정책관 산하로 옮기고 형사과는 2개만 늘리기로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위증 강요 의혹 사건을 대검 인권부와 소통하면서 대검 감찰부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함께 살펴보라고 지시한 만큼, 법무부안이 적용될 경우 대검 감찰부가 이 사건을 단독으로 살펴보게 된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판사출신 법조인으로 윤 총장과 날을 세운 인물이다. 한 부장은 지난 4월17일 법무부로부터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진정서를 이첩받은 뒤 이를 5월28일 윤 총장에게 보고해 논란을 일으켰다.

대검의 의견서를 받은 법무부는 오는 25일 열릴 국무회의에서 검찰의 직제 개편을 위한 법령 개정안을 안건으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도 개정안 통과된 뒤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대검은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기획조정부는 법무부의 요청에 대해 ‘주요 안건임에도 사전 논의하지 않은 점’과 ‘짧은 기간에 의견을 내라고 지시한 점’ 등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와 검찰의 불통으로 여론까지 극단적으로 갈라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청법에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 임명제청한다고 명시돼 있어 당시 위법 논란이 일었다. 이후에도 법무부와 검찰은 의견을 교류하지 못했다.

 

추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압수수색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행정절차를 밟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응하지 않았다. 추 장관은 이후 윤 총장이 ‘자신의 지시 반을 잘라먹었다’거나 ‘명을 거역했다’며 불쾌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뉴스1

검경수사권 조정을 놓고도 대검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에 열린 당청정 협의회에서도 추 장관과 진영 행안부 장관은 물론 개혁대상 기관의 장인 김창룡 경찰청장, 박지원 국정원장 등이 행사에 참석했지만 윤 총장은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 7일 발표된 검찰의 두 번째 인사 발표와 함께 법무부는 대검의 의견을 “투명하고 내실 있게 청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검 내부에서는 윤 총장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인사가 단행됐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일선 검사들 역시 내부게시판인 이프로스에 법무부의 소통방식이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박철완 부산고검 검사는 “민주주의가 성숙될수록 절차적 정당성이 중시되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성숙되고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검찰시스템 변경 영역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의 요청이 예전보다 무시되는 것 같아 어리둥절하다”고 지적했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 역시 “교통사건 처리기준 하나 수정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며 “어떤 토론과 논의에도 응할 만반의 준비는 돼 있다”고 호소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츄 '상큼 하트'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
  • 조이현 '청순 매력의 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