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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의마음치유] 마스크 뒤에 숨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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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03 22:33:04 수정 : 2020-09-03 22: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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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보여주는 표정, 마스크에 가려져
가뜩이나 어려운 소통 또다시 가로막혀

요즘은 상담이 무척 힘들다. 마스크 때문에 내담자의 표정을 정확히 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말보다 표정에서 정서적 진실이 포착될 때가 많은데 그걸 제대로 읽을 수 없으니 답답하다. 혹시나 내담자의 마음을 잘못 읽을까봐, 조심스럽다.

표정 연구의 대가인 폴 에크먼은 얼굴 윗부분 (이마, 눈썹, 눈꺼풀)과 아랫부분 (턱과 입술)의 변화를 통해 감정이 다르게 드러난다고 했다. 두려움과 슬픔을 표현할 때는 얼굴 윗부분이 중요하다. 이마를 찡그리고, 눈썹을 내리고, 눈꺼풀이 처지는 건 슬플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표정 변화다. 눈썹을 추어올려서 눈을 크게 뜨는 것은 두려움과 놀람의 전형적 반응이다.

얼굴의 아랫부분, 즉 턱과 입술은 윗부분과는 또 다른 감정 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입은 행복감을 전달할 때 매우 중요하다. 입꼬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서, 그리고 입 주위 근육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따라 진짜 미소와 가짜 미소가 구분된다. 19세기 프랑스 신경학자인 기욤 뒤센은 진정한 기쁨을 느껴서 웃으면 양쪽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 주변 근육이 수축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의 이름을 따 진짜 미소를 ‘뒤센 미소’라고 한다. 좌우 입꼬리가 비대칭적으로 움직이면 가짜 미소다. 입 모양 변화는 분노와 분노의 강도도 결정한다. 혐오와 멸시는 입을 꽉 다무는 근육 움직임으로 표출된다.

눈과 눈꺼풀, 이마 주위의 표정 변화만으로는 감정이 제대로 표현될 수 없다. 마스크 뒤에 가려진 얼굴 표정을 볼 수 없는 상대는 반쪽짜리 감정만 느낀다. 그나마 반이라도 읽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안 된다. 눈 주위의 표정 변화만 읽어서는 상대의 진심을 정확히 알 수 없다. 복잡하고 미묘한 정서는 얼굴 위아래가 총동원 되어야 제대로 표현된다. 얼굴 전체의 표정 변화가 하나로 모여야 정서는 강하게 환기 될 수 있다.

감정이 왜곡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정서적 승인 (emotional validation)이라고 한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이 정당하고 옳다는 것을 의사소통 과정에서 확인 받을 수 있어야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말로 “당신 마음을 알겠다”고 아무리 외쳐도 얼굴 표정에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으면 대화 상대는 ‘내 감정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아’라고 느낀다. 정서적 승인에 실패한 것이다.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옳은 말’에만 의지해서는 제대로 소통할 수 없다. 오히려 이렇게 하면 인간관계는 깨진다. 가족과의 대화에서 실험을 한 번 해 보라. 하루 종일 감정은 배제한 채 굳은 표정으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말만 잔뜩 늘어놓아 보라. 이렇게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족의 마음에 화살을 꽂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말만 놓고 보면 전혀 틀린 바가 없는데도 가족들은 ‘나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기분 나빠할 거다.

표정은 말에 가려진 진심을 보여준다. “너의 진심이 뭐야?”라고 백날 말해 봐야 알 수 없다. 상대의 속내를 정확히 보려면 표정을 읽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마스크 쓰기가 일상화된 지금,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전달되어야 할 정서적 정보의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며 아우성 치고 있는 상황인데, 마스크까지 소통을 가로막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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