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리’ 하면 대부분 연예인을 떠올린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그렇다. 검색창의 결과를 한참 내리고 나서야 아래쪽에 생물 ‘개리’의 정보가 나온다. 해당 설명에는 머리와 목덜미는 갈색이지만, 뺨과 목 앞쪽은 밝은색으로 차이가 뚜렷한 조류가 있다. 얼핏 보면 거위와 비슷하게 생겼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거위의 야생종을 바로 개리라고 한다.
개리는 기러기목 오릿과에 속하는 몸길이 87㎝ 정도의 기러기이다. 다른 종처럼 ‘~기러기’라 불리지 않아 새를 잘 모르는 이에겐 낯선 이름이다. 개리는 갯기러기의 줄임말로, 바닷물이 드나드는 강이나 내를 의미한 ‘개’와 ‘기러기’가 합해져 갯기러기가 되었고 이후 개리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름처럼 개리는 주로 갯가에 서식한다. 우리나라에 10월에 도래하여 다음 해 4월까지 관찰되며, 한강하구와 충남 서천의 장항갯벌에서 주로 보인다. 개리는 습성도 다른 기러기들과 다르다. 겨울철 큰기러기, 쇠기러기는 농경지에서 떨어진 곡물을 먹지만, 개리는 갯가에서 매자기류(벼목 사초과 식물)의 알뿌리를 부리로 캐 먹는다. 이는 고니와 비슷한 습성으로 개리의 영어명(swan goose)은 바로 이를 보고 붙인 이름이다.
개리는 전 세계에 10만 마리 미만이 사는 멸종위기종으로, 몽골, 러시아,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만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기념물 352-1호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개리는 크게 두 개의 번식집단으로 구분되며,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다. 몽골, 러시아, 중국 국경지인 초원 습지에 번식하고, 중국 양쯔강 유역으로 이동하여 월동하는 내륙 집단과 러시아 동부 아무르강 유역에서 번식하는 집단이다. 아무르강의 집단은 서식지 감소, 밀렵 등 많은 위험에 직면해 현재 500마리 정도가 남아 있다.
최유성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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