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사회 변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유현준 홍익대 도시건축대학 교수가 코로나19가 공간구조가 재편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5일 발간한 유엔해비타트코리아 창간호 제작팀과 가진 인터뷰에서 전염병을 도시에서 공간을 통해 해결 할 방안으로 △다핵구조로의 전환 △사회갈등과 이견을 조정할 수 있는 공간 증가 △테라스 등 자연과 접할 수 있는 사적인 공간 증가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먼저 공동체를 유지하면서도 전염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다핵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는 하단에 구멍이 났을 때 전체가 침몰하는 걸 막기 위해 디자인적으로 여러 개의 칸막이를 만들어 놓는다”며 “도시의 경우도 그런 식으로 공간을 나누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상업지구로 지정해서 용적률을 높이고, 사람들을 밀집시켰던 것을 이제는 여러 군데로 쪼개는 것들이 필요하다”며 “가령 공원의 배치와 모양도 (미국) 센트럴파크와 같은 정방형보다 (서울 연남동의 일명) 연트럴파크 같은 좁고 긴 선형이 전염병 (확산 방지)에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일정 거리 단위로 끊어서 이동을 제한하고 공원과 접해있는 집들도 훨씬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재택근무 등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집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는 점도 주거환경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유 교수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155% 정도 늘어났던데, 그 얘기는 1.5배 정도의 공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라며 “사적이면서도 외부, 특히 자연과 접하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코니나 테라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금까지 4인 가족, 30평, 방 3개 기준의 아파트가 주로 공급됐다면, 이제는 1, 2인 가구가 사는 15평, 발코니가 있고, 일도 했다가, 주거로도 쓰는 구조의 집이 많이 보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 환경을 결정짓는 학교 건축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교생이 모여서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배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면 전염병에 강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며 “전교생이 1000명이라고 했을 때, 200명 단위로 위성 학교를 5개 만들면 감염병에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전교생이 같은 시간에 모일 필요가 없으니 남는 교실은 테라스로 만들어서 쉬는 시간 동안 아이들이 자연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오히려 더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변화의 기회”라고 했다. 추가로 필요한 학교 공간은 언택트 소비가 늘며 줄어드는 상업시설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또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고 점점 소셜미디어와 인터넷공간에서 소통 비중이 늘어날수록 다양한 계층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등 해소를 위해서다.
그는 “점점 더 같은 생각, 가치관을 가진 사람끼리 모이고 소통하기 쉬워지면, 나와 생각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이 단절되는 사회가 돼간다는 의미”라며 “그러면 사회의 갈등 지수가 높아지게 되고,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될 것”이라고 위험성을 우려했다. 이어 가령 한강시민공원과 같이 무료로 사람들이 공유하고 섞여 모여들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계층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익명성을 가진 상태에서 모여서 공통의 추억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더 필요하고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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