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지하철 1호선 라인을 따라 종각역에서 종로5가역 일대 길게 형성된 상권, 통칭 ‘종로 금방’은 말 그대로 ‘그들만의 세계’다. 수십년째 한자리를 지키며 우리나라 금 거래의 절대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 시장은 주로 이곳에서 음성화된 거래로 이뤄져 왔다. 정상적인 과세 절차를 거치지 않는 이른바 ‘뒷금’ 거래가 이어져 오면서 금 시장에는 일반 소비자가 모르는 용어(은어)도 많다.
‘포나인’은 순도 99.99%의 금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금의 순도는 소수점 뒤 한 자리까지 표기하지만, 포나인의 경우에는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순도를 따져 각인으로 드러내고 있다. 소비자들이 상식적으로 순금을 99.9%로 생각하지만, 업계에서 통용되는 순금의 순도는 그렇지 않다는 반증이다. 반지나 목걸이 등 주얼리 제품보다는 골드바 형태로 유통된다.고금(古金)은 반지나 귀걸이 등의 형태로 소비자가 구입했던 금을 뜻한다. 금은방 주인은 소비자에게 사들인 고금을 다시 도매업자에게 판매하고, 도매업자는 세공 등을 거쳐 재판매한다. 일반적인 고금의 유통과정이다.
소비자에게 사들인 고금을 거둬들여 도매업자에게 전달하는 일을 담당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종로 일대에서 ‘나까마’로 불리는 이들이다. 이들은 도매상과 소매상을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소비자가 소매상에 금제품을 팔 때 “분석료를 빼겠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분석료(정제비)는 금제품에 모양(세공)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땜질 등의 영향으로 낮아진 순도를 99.99%로 끌어올리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뜻한다.
금의 순도는 24분할로 정해진다. 24K는 금 함량이 99.99%이며, 18K는 75%(24분의 18), 14K는 58.5%(24분의 14) 이상의 금이 함유돼야 한다.
특별기획취재팀=안용성·윤지로·배민영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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