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무려 5승… 최하위 탈출도
한때 제주 명문구단 이끈 사령탑
2019시즌 부진… 사퇴·강등 수모
24일 부산에 역전승… 실낱 희망
최종전서 비겨도 생존 가능성 ↑

불과 2년 전만 해도 조성환(50)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프로축구 K리그 정상을 노리는 촉망받는 지도자였다. 2015시즌을 앞두고 44세의 나이로 명문 제주 유나이티드의 사령탑에 올라 그해 파이널라운드 A그룹 진입에 성공했고, 2016년 3위, 2017년 2위 등 정상을 목전에 뒀다. 2018시즌도 상반기까지 전북 현대에 이어 2위를 달리며 위용을 자랑했지만 여름 이후 완전히 추락했다. 선수단의 연이은 부상과 부진 속에 경기력이 급전직하하며 시즌을 5위로 마감한 것. 어려움은 2019년 초반까지 이어져 첫 9경기에서 4무5패에 그치자 조 감독은 5월 초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조 감독의 사퇴에도 제주는 끝내 반전을 만들지 못하고 그해 K리그2(2부리그)로 강등됐다. 한때 승승장구했던 젊은 사령탑에서 졸지에 명문 구단을 강등시킨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말았고, 그랬기에 1년여 이상을 그라운드 바깥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조 감독이 다시 K리그에 돌아온 것은 올해 8월. 시즌 반환점을 돌고도 1승조차 거두지 못하며 5무9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인천에 소방수로 긴급 투입됐다. 그리고 조 감독은 부임 2경기 만에 시즌 첫 승리를 거두는 등 후반기에만 무려 5승을 거두며 한때 인천의 최하위 탈출을 이끌기까지 했다. ‘성환 매직’으로 불린 놀라운 성과에 팬들은 “큰물에서 활약했던 감독은 다르다”면서 조 감독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런 대파란 속에 조 감독이 이끄는 인천은 아직 강등되지 않고 생존 중이다. 특히 파이널라운드 들어 얇은 선수층의 한계를 노출하며 팀이 다시 최하위로 내려오며 위기에 몰렸지만 지난 24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부산 아이파크와 치른 벼랑 끝 승부에서 또 한 번 살아남는 데에 성공했다. 이날 패하면 강등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던 인천은 전반 43분 부산의 이동준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19분 교체 투입된 김대중의 동점골과 1분 뒤 나온 정동윤의 역전골로 끝내 승부를 뒤집었다.
이로써 인천은 6승6무14패 승점 24로 여전히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10위 부산, 11위 성남FC(이상 승점 25)와 승점 차를 1로 줄이면서 오는 31일 8위 FC서울과 최종전에서 강등권 탈출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마침 강등 경쟁팀인 부산과 성남이 파이널라운드 최종일 맞대결을 치러 인천은 서울에 비기기만 해도 생존 가능성이 훌쩍 올라간다. 만약 인천이 마지막 날 생존해 놀라운 잔류쇼가 완성될 경우 쇼의 연출자인 조성환 감독이 추락했던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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