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5% “불가능”… 10년새 26%P↑
부모 경제·사회적 입지에 좌우
“뉴노멀 전환기 교육 개혁 절실”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 3년째에 접어드는 강모(29)씨는 최근 평일 저녁 시간대에 하던 식당 홀 서빙 아르바이트를 그만둬야만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손님이 줄어들자 식당 사장이 “더는 일손이 필요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매달 아르바이트비로 받던 60여만원은 학원비, 교재비, 식비 등에 빠짐없이 나가고 있었다. 애초 강씨는 대학 졸업 후 지방 중소기업을 다니다 1년도 채 안 돼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서울에 올라온 터였다. 고향에 있는 어머니에게 사정을 말하고 당분간만 매달 송금하던 월세에 웃돈을 얹어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최근 부모님이 운영 중인 식당이 장사가 안 돼 겨우 임차료만 내고 있는 사정을 아는 터라 그는 시험 준비를 하면서 짬짬이 새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다. 강씨는 “처음 취직한 회사가 미래도 없어 보이고 선배들도 금세 떠나는 걸 보고 내 처지에 그나마 도전해 볼 만한 선택이라고 생각해 경찰 시험에 도전한 것”이라며 “물론 이 또한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시험에도 떨어지고 아르바이트까지 구하기 어려운 사정이 되니 ‘역시 부모 도움 없이는 되는 게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이제는 전래동화에서나 들을 수 있는 얘기처럼 돼 가고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더 나은 계층으로 상승하기 어려운 시대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과 ‘흙수저’를 들고 태어난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에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 상급 학교로 진학할수록 간극이 더 커지고 있다. 일자리를 갖게 된 뒤에도 부모의 도움을 받은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의 ‘내 집 마련’ 꿈은 출발선부터 다르다.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2009년만 해도 ‘다음 세대(자식 세대)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이 48.3%, 부정적인 응답이 29.8%, 모르겠다는 응답이 21.9%였다.
그러나 10년 만인 2019년 조사에서는 긍정 답변이 28.9%로 2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반면 부정 답변은 55.5%로 26%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불과 10년 만에 ‘계층 이동’ 꿈마저 시들해진 것이다. 개인이 처한 환경이 나쁘면 노력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사회에서는 계층 간 반목과 위화감이 커지고 사회통합에 저해된다. 타고난 잠재력이 있어도 꽃피우지 못한 채 사장되기도 하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물려받은 지위로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쳐 사회에 마이너스가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에는 교육이 계층 이동 사다리 역할을 했다. 소수에게 한정돼 있던 교육의 기회가 공교육의 확충으로 보편화되고, 교육이 양질의 일자리와 연결되면 교육은 가난한 집 아이에게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을 받아도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없고, 좋은 학교에 가려면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그 때문에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보다는 계층 대물림의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가구소득별 초·중·고 사교육비는 100만원 미만 소득 가구가 10만4000원인데 700만원 이상 가구는 53만9000원으로 5.2배에 달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는 “지금 같은 자산가격 폭등은 계층 고착을 넘어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세계적으로 ‘뉴노멀’이라고 하는 전환기를 맞고 있는데 이런 시대에 대응할 역량을 기르기 위해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형평성뿐 아니라 경제성장을 위한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 부분에서도 공교육에서 배제된 학생들,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더는 방치하지 말고 다양한 성공 경로를 모색할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김승환 기자 skw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