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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 요기요 팔아 배민 인수한다

입력 : 2020-12-29 06:00:00 수정 : 2020-12-28 23: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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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건부 승인 수용
‘1위’ 배민 인수 땐 점유율 99.2%
국내 배달앱 시장 경쟁 제한 우려
“소비자·음식점 등 모두에 불이익”
‘2위’ 요기요 넘겨 2강 유지 필요

‘요기요’ 매각가 2조4000억대 추정
네이버·카카오 등 인수 후보로 거론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배달의 민족-요기요 배달앱 사용자 간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요기요와 배달통 운영사)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인수에 대해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승인했다. 국내 1·2위 배달앱 사업자인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의 합병으로 ‘공룡 배달앱’이 생기면 시장 경쟁을 막아 소비자와 음식점 등의 손해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업결합은 허용하면서 결합에 따른 경쟁제한 우려는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DH는 공정위 요구를 받아들여 요기요를 매각하기로 했다.

 

◆“배민 인수하려면 기존 운영하던 ‘요기요’ 팔아라”

 

공정위는 28일 DH가 우아한형제들의 주식 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DH는 국내에 자회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와 배달통을 두고 각각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통 등을 운영하고 있다.

 

DH는 지난해 12월 공정위에 우아한형제들과의 기업결합을 신청했다. 당시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국내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M&A)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공정위는 이날 기업결합 조건으로 DH가 DHK 지분 전부를 6개월 내 제3자에 매각하는 조치를 부과했다. 배민을 인수하되 요기요는 팔아 국내 배달앱 ‘2강 경쟁 구도’를 유지하라는 뜻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경쟁구조는 유지하면서도 기업결합 자체는 허용해 DH의 물류 기술과 우아한형제들의 마케팅 능력의 결합 등 시너지 효과는 발생할 수 있도록 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음식점·배달대행업체 모두에 불이익 우려

 

공정위가 DH가 원래 운영하던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이례적이고 강력한 조건을 내건 데는 두 기업 간 결합이 국내 배달앱 시장의 경쟁을 크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우아한형제들과 DH 소속 배달앱의 점유율 합계는 99.2%에 달한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이 78%, DH의 요기요가 19.6%, 배달통과 푸드플라이가 각각 1.3%, 0.3%를 차지했다. 다른 사업자의 점유율은 모두 합쳐도 0.8%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 간의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에 대한 쿠폰 할인 판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고, 음식점 유치를 위한 수수료 할인 경쟁이 축소되거나 기존 입점 음식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공정위 분석결과 배달앱이 수수료를 올리더라도 음식점의 배달앱 이탈률은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 위원장은 “올해 4월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꿨는데 이를 실증 분석해보니 수수료가 인상되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이에 공정위는 기업결합이 이뤄지는 경우 수수료율이 실질적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 인수에 대해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승인한 28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요기요 라이더가 배달을 하고 있다. 뉴스1

◆DH, 조건부 승인 결정 수용… 요기요 인수 ‘네이버·카카오’ 거론

 

DH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정위로부터 서면 자료를 전달 받은 후 내년 1분기 중에 요기요 매각 절차를 마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도 “독일 DH의 수용 입장 표명이 있었다”며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기업 결합을 계기로 앞으로 아시아 시장 개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DHK는 “공정위 결정을 존중하지만, DH가 우아한형제들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DHK를 매각해야만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점에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은 앞으로 인수·합병 작업을 통해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계획이다.

 

요기요는 매각 절차를 밟게 되며, 향후 요기요를 인수하는 업체는 배달시장 2위로 올라서게 된다. 요기요의 몸값은 배달의민족의 절반 수준인 2조4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매각에 따른 가치 하락을 고려해도 1조원은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유통 대기업과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세종=박영준 기자, 백소용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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