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낙연 제치고 대선후보 선호도 1위
文, 다이아몬드 지지층 등에 업었지만
친문과 대립하는 '뜨는 해' 이 지사 부담
"대선후보되면 대통령과 대립할 것"
친문 견제에 '이재명 탈당설'까지 거론

이재명 경기지사가 독주하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코로나 정국’에서 뉴스메이커로 자리 잡으며 위상도 다지는 모습이다. 최근 기본소득 의제로 논쟁을 유도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설 민심을 겨냥한 이슈 파이팅이다. 이 지사가 여권 차기 경쟁에서 대세를 잡을 건가.
①20%대 李 지지율, 文보다 낮아 ‘대세론’은 성급
10일 공개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쿠키뉴스 의뢰, 6∼8일 만 18세 이상 1004명 대상) 결과 이 지사는 27.3%로, 1위를 고수했다. 2위 윤석열 검찰총장(20.3%)과 3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13%)와의 격차도 오차범위 이상 벌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는 지난해 7월 대법원판결로 살아난 뒤 한 달 만에 이 대표 지지율을 추월했고 몇 달간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올해 완전히 따돌렸다. 유리한 고지를 향해 질주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세론’을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대세론 판단의 기준은 대선후보가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30∼4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이 지사는 20%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 1일 발표된 세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선 32.5%가 나왔으나 처음이자 유일한 30%대다. 이 지사가 더 치고 올라가야 대세론을 탈 수 있다는 얘기다.

②임기 말에도 지지율 탄탄한 文, ‘킹메이커’로 나설까
이재명 대세론은 여권 권력의 대변동을 의미한다. 권력의 중심축이 문 대통령에게서 이 지사 쪽으로 넘어갈 수 있어서다. 문 대통령 레임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임기 말에도 문 대통령의 지지층이 단단하게 유지되는 덕분에 아직 그럴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임기 말 대통령이 이 정도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87년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지못미’ 정서가 강한 40대 연령층은 다이아몬드 지지층으로 꼽힌다. 야권의 강력한 대안 인물이 없다는 점도 문 대통령에겐 고마운 일이다.
역대 모든 대통령은 킹메이커 노릇을 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대부분 뜻을 이루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다를 수 있다. 강력한 팬덤 정치가 최대 무기다. 모든 대선후보가 문심(文心)을 살피는 이유다.
문 대통령으로선 이 지사의 조기 부상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더욱이 이 지사는 친문들과 불편한 관계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과 경기지사 경선 때 이 지사는 당시 각각 경쟁자였던 문재인 후보, 친문 전해철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여 원성을 샀다. 친문의 ‘이재명 비토’는 이렇게 쌓인 앙금 탓이다. 친문 진영의 대체적인 정서는 이 지사에 대한 불신감이 크다는 것이다. “싸움닭 이재명이 유력한 대선후보가 되면 문 대통령과 차별화하며 대립각을 세울 게 뻔하다”는 의견이 많다. 문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이 지사와 갈라서야 한다는 이유다. 친문 성향 대선후보를 지원하거나 ‘제3후보’를 키워야 한다는 논리와 연결된다.

③李견제 시작되나···친문 분화는 불가피
그러나 친문 진영은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감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지는 해, 이 지사는 뜨는 해다. 시간이 지날수록 처지가 역전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정세균 총리와 이 대표 등이 이 지사를 공개 비판하자, 정권 차원의 견제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기본소득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이 지사를 또 비판했다.
이 지사의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내 사전에 탈당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지사가 독주를 계속하면 친문 분화 현상도 본격화할 것이다. 이 지사 지지율이 오를수록 ‘대깨명(대가리가 깨져도 이재명)’이 되는 친문 지지자가 늘어날 것으로 이 지사 측은 기대한다. 이해찬 전 대표가 ‘여권 핵심 브레인’이라고 꼽았다는 김어준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 지사의 보편적 복지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주목됐다. 이 지사 견제를 차단하면서 줄서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허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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