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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기억 안 나요”… 2시간 온라인 끝, 청렴교육 ‘시늉만’

입력 : 2021-03-25 20:04:58 수정 : 2021-03-25 22: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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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화 후 5년… 실효 논란
1939곳 교육이수율 93% 달하나
“영상 틀어놓고 딴일… 기억 안나”
외부에 위탁… 직무연관성 떨어져
“부실교육, LH 도덕적 해이 불러
기준 구체화·전문성 강화 등 시급”
지난 4일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입구를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진주=연합뉴스

“청렴교육요? 받긴 받았는데… 솔직히 내용은 기억 안 나요.”

 

공기업에 다니는 A씨에게 ‘사내 청렴교육’에 관해 묻자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권익위법)에 따라 A씨는 지난해 2시간의 청렴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머릿속에 남은 것은 없는 듯했다. 교육은 컴퓨터로 영상을 보는 형식이었는데, 교육시간을 채우기 위해 영상을 틀어놨을 뿐 집중해서 보진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초반에 좀 봤는데 너무 교과서적인 내용이라 흥미도 떨어지고 업무에 도움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며 “영상을 틀어놓고 다른 일을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을 계기로 공직사회의 청렴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다수의 공공기관에서 청렴교육을 의례적인 것으로 치부하며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LH 사건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부른 사태인 만큼 공공기관의 청렴 교육부터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5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직 유관단체 등 공공기관 소속 임직원들은 2016년부터 매년 반드시 청렴교육을 받아야 한다. 권익위법은 매년 1회, 2시간 이상의 교육을 진행하고 신규 공직자나 승진자에게는 대면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은 주로 부패 방지와 청탁 금지, 공직기강 확립 등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태도 등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권익위법에 따라 청렴교육을 진행해야 하는 공공기관은 2019년 기준 총 1939곳으로, 교육 이수율(93.1%)은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교육의 질과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상당수 공공기관이 청렴교육을 의무사항으로 여길 뿐, 교육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1년에 2시간’이란 기준만 있다 보니 기관의 의지에 따라 교육 시간과 내용의 편차도 크다. 연간 10시간 이상 시행하는 곳도 있지만, LH 등 대부분의 기관은 1년에 최소 의무 기준인 2시간만 진행한다. LH 사건을 계기로 일부 기관은 자발적으로 청렴교육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대체로 교육시간을 늘리는 수준이다. 방점이 교육의 ‘질’보다 ‘양’에 찍혀 있는 셈이다.

 

강사가 진행하는 대면교육은 그나마 교육 참여도가 높지만 개인이 컴퓨터로 영상을 보는 비대면 교육은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LH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관이 청렴교육을 비대면 방식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비대면 교육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상태다.

 

LH의 경우 지난해까지 교육은 외부 기관의 프로그램을 구입해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LH 직무 성격이나 실정을 고려한 교육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LH 관계자는 “올해 청렴교육을 기존의 2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릴 것”이라며 “LH 지역본부에도 청렴 담당자를 배치해 지역 실정에 맞는 청렴교육을 진행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익위도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현재 청렴교육은 단순히 이수 여부를 파악하는 수준이어서 실효성이 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법을 개정해 교육 기준을 강화하고, 이행하지 않은 곳을 언론에 공표하는 등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무 특성에 맞는 청렴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기관에 따라 청렴도가 직무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다르고, 교육해야 하는 내용과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어서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기관마다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각 기관의 직무와 특수성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구성·이정한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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