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접종 후 20일 만에 숨져
AZ 못맞은 60∼74세 고령층
7월 5∼17일 화이자 접종
방역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으로 사망한 30대 남성에 대해 백신과의 인과성을 공식 인정했다. 지난 2월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백신으로 인한 사망이 인정된 첫 사례다.
21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지난 16일과 18일 제17차·18차 회의를 열고 이상반응 신고 사례를 검토한 결과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진단을 받고 사망한 30대 남성 A씨의 경우 사인과 백신 접종 간 인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 후 298건의 사망 신고가 있었고, 이 중 224건에 대한 검토에서 인과성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국내 두 번째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진단 환자였다.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20일 만인 지난 16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앞서 첫 번째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환자도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됐으나 회복했다.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은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아주 드물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중 하나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에 포함된 유전물질이 특이 단백질을 생성해 혈전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후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으로 사망한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최신 보고서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4230만건을 분석한 결과 390건의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부작용이 보고됐고, 이 중 7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백신 접종 후 접수된 5343건의 사망신고 중 일부 혈소판감소성 혈전증과의 인과성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희귀 혈전증 발생 우려로 인해 지난 4월 12일부터 30세 이상 연령층에 대해서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그러나 30대 접종자에게서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방역 당국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은경 추진단장은 지난 1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연령과 관련해 “사망 사례 발생과 부작용 발생 상황 등을 고려해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추진단은 이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예약했지만 접종을 받지 못한 60∼74세 고령층과 만성중증호흡기질환자 등 20만명에 대해 다음달 5일부터 17일까지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다고 밝혔다. 23일 0시부터 30일 오후 6시까지 8일간 사전예약을 진행한다. 대상자는 사전예약 사이트나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 각 지방자치단체 콜센터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접종은 전국 예방접종센터에서 진행된다.
정부는 3분기 주력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7월까지 확정된 공급량에 접종 계획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예방접종센터가 아닌 위탁의료기관에서도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접종할 것으로 보인다. 추진단이 위탁의료기관으로부터 접종백신 신청을 받은 결과 전체 1만4266개소 중 1만2986개소(91%)가 2종 이상의 백신을 선택했다. 1만1132개소(78%)는 3종(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모더나) 모두를 신청했다.
◆초기 대응 늦어 ‘골든타임’ 놓쳐… 전문가 “접종연령 상향 필요”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 인정 사례가 처음 나와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꺼려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들은 방역 당국이 보다 안전한 백신 접종을 위한 안내를 강화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연령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1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사망 사례로 인정된 30대 남성과 관련해 초기 대응이 늦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아스트라제네카 잔여 백신 접종 9일 뒤 심한 두통과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나 1차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았으나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사흘 뒤 증상은 더 악화했고, 의식 변화까지 감지되고 나서야 상급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진단을 받았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안타깝게 회복되지 못했다.
박영준 추진단 이상반응조사팀장은 “피해조사반 회의에서는 의료기관에서 두통, 구토라는 비특이적 증상으로 인해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으로 의심하는 부분이 지연되지 않았을까 하는 언급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은 조기 발견하면 치료받고 완치될 수 있다. 국내 첫 번째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환자는 퇴원한 상태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번 사망 사례와 관련해 “안타까운 일”이라며 “조기 발견과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일선 의료기관에서 잘 인지하고 대응하는 과정, 대응에 필요한 지원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진단은 접종자와 의료기관 모두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증상을 면밀히 살필 수 있도록 시스템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은 뇌동맥, 관상동맥과 다리 심부정맥, 폐동맥에 주로 발생하는 일반적 혈전증과는 달리 뇌정맥동과 내장정맥에 발생한다.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것도 특징이다.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 접종 후 4∼28일에 호흡 곤란이나 흉통, 복부 통증 지속, 다리 부기, 구토 등이 나타나면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을 의심할 수 있다. △접종 후 두통이 2일 이상 지속하거나 진통제로도 조절되지 않을 경우 △시야가 흐려지는 경우와 갑자기 기운이 떨어지는 경우 △접종 부위가 아닌 곳에 멍이나 출혈이 생긴 경우 △평소보다 작은 충격으로 멍이 생기는 경우는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추진단은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 접종자들에게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관련 정보가 담긴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 의료기관에는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면 의약품 정보관리시스템(DUR) 등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접종력을 확인하고, 혈소판 감소 확인을 위한 혈액검사를 의뢰하도록 당부했다.
박 팀장은 “조기에 진료를 받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안내를 하고 있다”며 “누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를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든 백신은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사망 사례가 나온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재욱 고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혈전증은 예상된 부작용 중 하나로, 접종계획 자체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 접종 연령을 재검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를 포함해 모든 코로나19 백신은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것으로, 새로운 희귀한 부작용은 계속 밝혀질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백신 이상반응 사례에 대해 역학조사와 인과관계 연구를 하고, 보상도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따지지 말고 폭넓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천은미 이대목독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30대 미만인 접종 제한 연령을 높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젊은 연령층은 굳이 노쇼, 잔여백신을 찾아다니지 말고 방역 수칙을 성실하게 잘 지키면서 차례를 기다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정필재·박유빈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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