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에서 하는 거수경례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경례를 할 때 일부러 손바닥을 보이게 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손바닥을 땅바닥 쪽으로 향해 가리는 국가도 있다. 최근 미국과 프랑스 두 나라 참모총장이 만난 자리에서 촬영된 사진이 이런 미세한 차이점을 보여줘 눈길을 끈다.
14일 미 공군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미 공군 찰스 브라운 참모총장(대장)과 프랑스 항공우주군 필리프 라빈 참모총장(대장)이 미국 버지니아주(州) 요크타운에서 만났다. 프랑스는 얼마 전 기존의 공군을 ‘항공우주군’으로 개편한 바 있다.
양국 참모총장의 만남은 지금으로부터 240년 전인 1781년 미군과 프랑스군이 함께 영국군과 싸워 이긴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당시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립전쟁 중이었고, 영국과 사이가 나쁜 프랑스는 대규모 군대를 보내 미국을 적극 도왔다. 요크타운 전투는 미국이 영국에 대항한 독립전쟁의 마지막 주요 전투였는데 여기서 프랑스군의 지원에 힘입어 미군이 승리함에 따라 비로소 미국의 독립이 가능해졌다.
요크타운 전투 기념비를 참배하러 이동하는 양국 참모총장은 자연스럽게 의장대를 사열했다. 이때 미국 참모총장은 손등이 비스듬히 앞을 향하게 거수경례를 함으로써 손바닥을 완전히 가린 반면 프랑스 참모총장은 손바닥을 살짝 올리는 형태의 거수경례를 선보였다. 미군과 프랑스군의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거수경례는 가장 먼저 영국 육군에서 시작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상급자에게 인사하기 위해 모자를 벗던 오랜 관행이 19세기 들어 모자에 손을 대는 것으로, 또 지금과 같은 거수경례로 차츰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방식대로 하는 거수경례는 손바닥이 보이는 게 특징이다. 프랑스군도 영국 육군과 유사한 거수경례를 채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육군과 달리 영국 해군은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는 거수경례가 전수돼왔다. 배에서 일하다 보면 석탄이나 기름찌꺼기로 손바닥이 더러워지기 일쑤여서 일부러 손바닥이 안 보이게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미군은 바로 이 영국 해군 스타일의 거수경례를 채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군은 어떨까. 우리 군은 경례를 하는 이의 손바닥과 손등 모두 경례를 받는 상관한테 가급적 안 보이게 하는 것이 예절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한국군의 거수경례 예법에 관해 “오른손의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사이를 오른쪽 눈썹의 오른쪽 끝 부분에 붙이는 것이 올바르다”며 “이때 손등과 손바닥이 경례를 받는 사람에게 보일까 말까 하게 유지시켜야 하는데, 거수경례 동작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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