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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뒤에 가려진 그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다

입력 : 2021-07-15 19:58:31 수정 : 2021-07-15 19: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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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필리아’

“드디어 내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왔군요.”

오필리아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등장 인물이다. 원작에서 그녀는 햄릿의 어머니이자 왕비인 거트루드와 외모, 성격이 비슷한 인물로 등장한다. 햄릿이 추파를 던질 정도의 미인이지만, 판단력이 부족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수동적 여성이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 햄릿과 오필리아가 서로 호의를 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오필리아는 사망한 이후 햄릿이 슬픔을 표시한 유일한 인물이다. 햄릿이 자신을 매도하고, 아버지인 폴로니어스를 삼촌인 클로디어스로 오해해 죽이자 정신적 충격으로 미쳐버린다. 그러고는 물에 빠져 죽는다.

과연 햄릿의 유일한 히로인인 그녀가 그저 주변 인물 가운데 하나인 채로 생을 마감했을까. 영화 ‘오필리아’(포스터)는 그런 의문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햄릿이 아닌 오필리아의 시선을 따라 극을 재구성한다. 영화 속 오필리아(데이지 리들리)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현명하고 자유로운 인물이다. 왕비 거트루드(나오미 왓츠)의 눈에 띈 오필리아는 시녀로 발탁돼 그녀의 총애를 받는다. 평민의 딸인 오필리아는 보석 대신 꽃으로 자신을 치장하고, 오빠를 따라 책을 읽는다. 호기심이 많을 뿐 아니라 관찰력도 갖췄다. 그래서 왕궁에서 일어나는 음모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챈다. 덴마크 왕의 죽음은 필연이었다. 거트루드와 클로디어스(클라이브 오언)의 관계를 지켜본 오필리아는 햄릿의 망령을 대신해 그에게 진실을 전한다. 이후 햄릿은 복수에 실패하고, 클로디어스는 원흉인 오필리아를 죽이려 든다. 그녀는 광기와 죽음을 연기해 위기를 빠져나간다.

비극은 아름다울수록 효과적이다. 영화는 고전 명작을 재해석한 서사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시대극이라는 특성에 잘 맞는 배경과 연출이 훌륭했다. 작품 속 인물들의 의상과 풍경, 왕궁의 모습까지 아름답게 그려져 눈을 사로잡는다. 영화 ‘스타워즈’로 유명한 여배우 리들리 역시 새로운 오필리아의 모습을 자신이 가진 카리스마에 녹여 무척 섬세하게 표현했다.


조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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