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네거티브 통제기준 마련 착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1·2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비방전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네거티브 공세를 자제하고 공정 경쟁을 하자고 한 약속이 무색하게 서로에 대한 공방이 날로 거칠어지는 모습이다.
이재명 캠프는 21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카드로 이 전 대표를 공격했다.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낙연 후보가 2002년 노무현 후보의 대변인이었는데 그 후에 탄핵 과정에 참여를 했다”며 “2004년 노 대통령 탄핵 때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의 ‘적통’을 자처하면서 이 지사의 문재인 정부 계승 의지에 의구심을 제기하자,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입장을 추궁하며 반격한 것이다.
이에 노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여부를 두고 “죽을 때까지 말하지 않겠다”던 이 전 대표는 이날 캠프 오영훈 수석대변인을 통해 “노무현 탄핵 소추안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오 수석대변인은 “당시 광주·전남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우리가 탄핵할 수 없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분명한 입장이 있었음에도 최소한의 팩트체크 없이 발언했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 전 대표 측은 경기도 유관기관 상근직원의 단체 대화방 네거티브 모의를 두고 이명박 정부 국정원 댓글 사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프레임을 동원해 공세에 나섰다.
이낙연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은 박광온 의원은 지난 20일 라디오에서 “도지사가 전혀 모르는 사람을 연봉 8800만원을 받는 유관기관의 임원으로 누군가가 임명을 했다는 건데 도지사의 권한을 대신 행사한 것”이라며 “도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지사 측 김 의원은 “전형적인 정치공작 마타도어니까 고발을 못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 지사는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본인들의 그 큰 문제. 더 심각한 문제들은 다 감추고 일종의 침소봉대해서 지나치게 공격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의 동생 이계연씨와 옵티머스 사건 연루 의혹은 받은 측근 이모씨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캠프 간 공방이 격해진 가운데 이날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녹취록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다시 확산되면서 이 전 대표 측이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왔다.
당 선관위가 “금도를 벗어났다”며 과도한 네거티브는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양 후보의 비방전이 거칠어지면서 설전이 한계 수위를 넘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쟁하고 있는 상대방과 지지자들이 자기가 후보가 됐을 때 나를 위해 선거운동해 줄 사람이란 인식을 가지고 접근해야지 다시 못 볼 사람인 것처럼 공격하면 스스로 자해행위가 될 수가 있다”며 “그렇게 돼서 만약에 억지로 후보가 됐을 때 본선에서 한팀이 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네거티브에 대한 통제기준 마련을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에게 지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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