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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이커머스 20여년 전투…이제는 ‘버티컬’이 대세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21-11-12 07:00:00 수정 : 2021-11-11 20: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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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말 종합몰서 태동한 이커머스,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거치며 합종연횡 통해 시장 빠르게 재편
네이버, 쿠팡, 신세계(이베이) 등 3강 구도 분위기 속 무신사, 마켓컬리 등 버티컬 플랫폼 약진하는 추세
전문가들 “특정 카테고리 킬러, 고객 취향 세분화로 새로운 경쟁의 판 열어”

최근 소위 카테고리 킬러로 불리는 버티컬 플랫폼들이 대세감을 형성하며, 네이버, 쿠팡 등 3강 체제로 재편된 경쟁구도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1997년 온라인쇼핑 1세대 격인 인터파크가 등장한 이래 20여년간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올해 들어 플랫폼간 합종연횡으로 시장이 어느 정도 재편된 분위기였다.

 

올해 이베이코리아는 이마트(신세계) 품으로, 온라인 쇼핑몰의 '원조'격인 인터파크는 야놀자에 인수됐다. 쿠팡은 미국 증시에 100조원 가까운 금액으로 상장하는 등 대형 이벤트가 연달아 벌어졌다.

 

12일 유통 및 IT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여년 전 종합몰인 인터파크의 등장으로 시작된 이커머스 전쟁은 G마켓,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 진영이 네이버를 견제하면서 10년여간 주도권을 잡아왔다.

 

그러던 중 2010년 등장한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 출신들이 급성장했다. 중개 플랫폼으로서 지위까지 확보하면서 오픈마켓에 가세해 춘추전국시대를 맞기도 했다.

 

이 싸움은 지난 2015년 쿠팡이 손정의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더 이상 후발주자에 머물지 않고 뉴욕 증시 상장이라는 스토리까지 만들어내며 이커머스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다.

 

그사이 기존 오픈마켓 진영 지속적인 견제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탄탄한 검색을 기반으로 자연스레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하며 이커머스 전장에서 선도 기업의 위치를 굳혀갔다. 이어 최근 카카오까지 전쟁에 가세한 형국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이러한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현재는 네이버, 쿠팡, 신세계(이베이코리아)가 각각 검색 기술 및 제휴, 배송과 물류, 오프라인과의 연계를 강점을 기반으로 소위 3강을 형성하며 주도권을 잡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마존과 제휴한 11번가, 위메프, 티몬 등의 경우 나름의 방식으로 내실을 다지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내년 온라인쇼핑 시장은 200조 규모로 커질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이러한 소위 3강 구도에 균열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무신사 등 이른바 '카테고리 킬러'로 불리는 버티컬 플랫폼이 약진하면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

 

무신사, 마켓컬리, 야놀자 등 버티컬 플랫폼의 급성장은 기존 오픈마켓 방식의 사업모델과는 명확히 다른 새로운 물결이라는 평가다. 이들은 패션이나 신선식품 등 특정 분야에서 고객의 세세한 취향까지 잡아내며 오픈마켓 진영을 위협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기존 오픈마켓 3강 구도에서 이같은 버티컬 플랫폼들이 대세감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또다시 쉽지 않은 싸움에 들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1세대 종합몰 태동…오픈마켓의 주도권 잡기

 

지난 1997년 인터넷 쇼핑몰의 원조 격인 인터파크를 필두로, 2000년대 초반에는 유통 대기업 산하의 닷컴 형태의 쇼핑몰 등이 잇달아 등장했다.

 

다만 인터파크, 다음(Daum) 디&샵 등을 온라인 사업을 제외하고 대기업 쇼핑몰들은 오프라인이 주된 사업 영역으로 온전히 이커머스에 투자하기는 어려운 구조였다. 당시 백화점 등 산하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온라인은) 부차적으로 상품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종합쇼핑몰 형태의 인터파크가 포문을 연 이후 주도권을 가져갔지만, 옥션 등 새로운 사업모델을 갖춘 경쟁사들이 성장하고 인터파크에서 분화한 G마켓이 오픈마켓을 주된 사업모델 삼아 급성장하면서 경쟁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포착됐다.

 

여기에 2000년대 후반 독과점 논란에도 공정위가 결국 G마켓과 옥션 간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시장을 리딩하기 시작했다.

 

◆오픈마켓 G마켓·옥션 합병 효과 톡톡히 누리며 시장 주도…네이버의 ‘정중동’ 경영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옥션간 합병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시장을 장악했고, 11번가 등 경쟁사업자들이 등장해 경쟁했다. 하지만 G마켓-옥션 합병의 기저효과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합병 당시 이베이코리아는 70% 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계속 지켜내지 못했으나, 이커머스 시장 성장과 함께 흑자를 내는 사업자로서 상당 기간 시장을 이끌어왔다.

 

이 와중에 네이버는 가격비교 서비스인 지식쇼핑에 이어 샵N, 스토어팜 등의 이름으로 오픈마켓을 지속적으로 타진했지만, 기존 오픈마켓 사업자 견제 등으로 인해 공격적으로 커머스 전장에 뛰어들지 못하며 시장을 조용히 관망해야만 했다.

 

네이버의 경우 쇼핑 사업 자체보다는 검색사업자로서 쇼핑 DB 확보 및 주요한 이해관계자인 소상공인을 위한 프로젝트 ‘꽃’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며, 판매자 지원 관점에서 차분히 커머스 플랫폼의 외연을 확장해왔다.

 

◆소셜커머스 시장 경쟁 촉발, 치열한 경쟁…3강 구도로 재편

 

기존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네이버를 견제하며 거래액 규모를 키워가던 중 2010년 티몬이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우며 소셜커머스라는 새로운 포문을 열었다.

 

같은 해 연달아 쿠팡, 위메프 등이 시장에 가세하면서 공동구매, 특가 등 새로운 쇼핑 트렌드를 무기로 고객들에 어필하면서 오픈마켓 진영에 본격적인 경쟁을 촉발했다. 소셜커머스 초창기에는 쿠팡, 위메프, 티몬 외에도 다수가 경쟁했지만 이들 3사로 시장이 사실상 정리됐다.

 

소셜커머스 출신 3인방은 해마다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평균 이상으로 성장 곡선을 그리며, 기존 플레이어들을 자극했다. 

 

이들은 최저가, 특가 등의 딜로 고객을 묶어두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쿠팡이 소프트뱅크 측으로부터 1조원가량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성공, 연간 조 단위의 계획된(?) 적자를 감수하면서 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쿠팡의 급성장 속에, 이마트, 롯데 등 전통 유통 대기업들 역시 본격적으로 디지털로 전환을 시작했다. 대기업들은 자사 플랫폼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게 쉽지 않자,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등 대규모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독보적인 검색과 간편결제 등의 편의성, 소상공인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한 네이버가 거래액 규모로 1위에 우뚝 올라섰다. 쿠팡이 그 뒤를 바짝 쫓는 가운데 신세계 진영이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으면서 춘추전국시대가 3강으로 재편됐다.

 

◆패션·신선식품·여행 ‘카테고리 킬러’의 약진…“고객들의 세밀한 취향까지 잡아라!”

 

최근 이커머스 시장은 고객이 세분화하고 전문화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기존 오픈마켓의 경우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거나 모든 종류의 상품 구색이 많은 반면, 나만의 취향까지 공유하며 소비하는 트렌드를 충분히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특히 패션 등과 같이 기존 오픈마켓에서는 하나의 카테고리 정도에 불과했지만, 고객들의 세세한 취향이나 차별화된 상품을 갖고 싶어하는 수요는 카테고리 킬러 서비스로 빠르게 옮겨갔다.

 

무신사, 마켓컬리 등의 버티컬 플랫폼들은 하나의 상품을 소비해도 내 가치와 맞고, 보다 전문적인 곳에서 다르게 소비하고 싶어하는 고객에 니즈에 부합하며, 넥스트 커머스로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패션 분야는 버티컬 커머스의 영역 가운데 대표적인 전문 카테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 관련 제품은 단순히 가격만 비교하기보다는 개인별 취향과 스타일이 더 중요하다"며 "무신사는 이러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MZ 세대를 사로잡으며 대세감을 형성했다"고 높은 평가를 했다.

 

실제로 무신사는 회원수 900만, 연간거래액 1조2000억원, 상반기 거래액도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하는 등 숫자로 이를 입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명품, 리셀 등과 같이 더 세분화하는 트렌드도 최근 보여지고 있다.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분야에서 간편함과 효율성, 친환경을 중시하는 고객들에게 선별된 프리미엄 식품을 더욱 편리하게 만나볼 수 있도록 차별화시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밖에도 야놀자, 오늘의집 등도 특정 분야를 대표하면서 고객과의 접점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 버티컬 플랫폼들은 고객의 세세한 취향을 저격하며, 넥스트 커머스의 새로운 흐름을 한동안 더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업체 약관이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약관 심사를 청구했다. 이번에 불공정 약관으로 문제가 제기된 곳은 네이버·쿠팡·G마켓·11번가·위메프·티몬·인터파크 등 국내 대표 오픈마켓 7곳과 배달의민족·요기요 등 배달앱 2곳이다. 연합뉴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세계일보에 “과거 오프라인 유통의 전유물이던 패션, 식품 등 특화된 분야 상품들까지 온라인으로 전이가 가속하고 있다”며 “기존의 오픈마켓 플랫폼들이 주도해온 시장은 앞으로 고객의 세세한 취향까지 만족하게 하는 버티컬 플랫폼의 약진으로 인해 새로운 경쟁과 주도권 다툼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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