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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판결 지켜라”… 똘똘 뭉친 美대법원 진보 3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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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02 15:00:00 수정 : 2021-12-02 14: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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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 중 6명이 보수… ‘절대 우위’ 구도
찬성 진영 “여성의 기본권 보장 우선”
반대 진영 “낙태, 헌법상 권리 아니다”
미국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할지 말지 결정할 연방대법원 9인의 대법관. 앞줄 왼쪽부터 새뮤얼 얼리토,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 존 로버츠 대법원장, 스티븐 브라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뒷줄 왼쪽부터 브렛 캐버노, 엘리나 케이건, 닐 고서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미 연방대법원 홈페이지

“반세기를 이어져 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경우 연방대법원이 명성에 치명타를 입을 것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진보 3총사’인 스티븐 브라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그리고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이 똘똘 뭉쳐 로 대 웨이드 판결 사수를 외쳤다. 1973년 대법원에서 내려진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임신을 원치 않은 여성의 낙태권 보장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며 대법원의 보수색이 짙어진 가운데 낙태권 보장에 반대하는 진영은 대법원에 소송을 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려 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구두변론을 열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판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임신 15주 이후에는 사실상 낙태를 할 수 없도록 한 미시시피주(州) 법률이 위헌인지, 아닌지가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진보 진영은 이 법률이 여성의 기본권을 보장한 헌법에 위배되고 또 이미 확립된 로 대 웨이드 판례에도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무효라는 입장이다. 반면 보수 진영은 미국 헌법이 낙태할 권리를 여성의 기본권으로 인정한 바 없으며 48년 전의 로 대 웨이드 판례는 잘못됐다는 주장을 펼치며 해당 법률을 엄호하고 나섰다.  

 

현재 미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한 9명의 대법관 중 보수 성향이 6명, 진보 성향이 3명으로 보수 절대 우위 구도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필두로 클래런스 토마스, 새뮤얼 얼리토,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그리고 에이미 코니 배럿까지 모두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주의자들이다. 특히 고서치·캐버노·배럿 대법관 3인은 ‘초강경 보수’로 통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됐다.

 

이에 맞서는 브라이어·소토마요르·케이건 대법관 3인은 ‘소수파’다. 보수가 결집하면 6대3으로 무조건 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런데 낙태 문제를 놓고 대법관 6명이 뜻을 한데 모을지는 의문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여성의 낙태권 찬성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신화연합뉴스

이날 구두변론 후 워싱턴포스트(WP)는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중 누구도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대한 옹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진보 대법관 3명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적극 옹호한 것과 대조적이다. WP는 “여성의 낙태권 보장이 중대 변화의 기로에 섰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같은 근거를 들어 “대법원이 미시시피주의 낙태제한법을 유지하는 데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보수 대법관 6명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완전히 뒤집음으로써 여성의 낙태권을 전면 부정할지, 아니면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는 불가하다는 식으로 로 대 웨이드 판례 일부를 수용할지를 놓고선 의견이 갈리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여성의 낙태권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일단 로버츠 대법원장은 보수 성향이지만 로 대 웨이드 판례를 완전히 뒤집는 것에는 크나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최고 책임자로서 기존 판례를 존중해야 한다는 압력을 법원 안팎으로부터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로 대 웨이드 판례를 깬다면 후세에 ‘여성 인권을 등한시한 대법원장’으로 남아 두고두고 비난을 살 수 있다는 점도 로버츠 대법원장의 고민 중 하나다.

 

일각에선 보수 성향이지만 나름 합리적이란 평가를 듣는 고서치 대법관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완전히 뒤집지 않는 선에서 타협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보수파에 속해 있긴 하나 여성인 배럿 대법관이 막판에 마음을 돌려 여성의 낙태권을 일부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로 앤 웨이드 판결을 지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진보 진영에 힘을 실어줬다. 대법원은 구두변론을 몇 차례 더 연 뒤 내년 6월 말이나 7월 초쯤 판결을 선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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