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 직속 지역균형발전특위 설치
지방자치 전문가 김병준 위원장 선임
정권 내내 존속… 부총리급 격상 거론
지자체, 새정부 출범맞춰 대응 TF 구성
지방분권형 원포인트 개헌 촉구하기도
쇠락하는 일부 수도권서도 개선책 요구
당선인 직속 지역균형발전특위는 ‘지방자치 전문가’로 유명한 김병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아 수도권과 다른 지역의 격차 해소를 위한 새 정부의 정책과제를 발굴한다. 윤 당선인은 김 교수 발탁 배경에 대해 “자치 분권에 대한 오랜 경륜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 정부 지역균형 발전에 큰 그림을 그려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특위 전체회의에서 “윤석열정부의 정체성을 묻는다면 ‘지방화 시대를 여는 정부’”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그 내용은 하루이틀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저와 개인적인 대화나 공식적인 회의에서 여러 차례 당선인이 언급한 것을 재확인하는 취지”라며 “대한민국 어느 곳에 살든 관계 없이 똑같은 것을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했다.
특위는 인수위가 활동을 종료한 뒤 출범하는 윤석열정부 임기 동안에도 존속해 연속성 있는 지방균형발전 정책 추진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인수위 기간에는 윤 당선인의 지역발전 관련 공약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차기 정부에서 특위가 부총리급 기구로 격상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메가시티·신산업벨트 등 미래산업에 기대감↑
윤 당선인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영·호남·동서연결교통망 구축, 광주-대구 달빛고속철도 조기 착공, 권역별 특화 첨단 미래산업 육성, 중부권 신산업 벨트 구축 등 청사진을 제시했다. 새만금은 국제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해 파격 지원하고, 전북 군산·김제·부안을 묶어 메가시티로 통합 조성하는 안도 발표했다. 광주는 국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광주과학기술원을 연계한 AI클러스터 구축, 독일 아우토반 형식의 초고속도로를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충청권에서는 윤 당선인의 공약 중 세종 행정수도완성, 충청권 메가시티, 중원신산업벨트구축 등이 기대를 모은다. 특히 윤 당선인은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를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며, 첫 국무회의도 세종에서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세종시는 중앙행정기관뿐 아니라 관련 위원회의 추가 이전, 지방법원 및 행정법원 설치, 민속박물관 세종시 확대 이전 등도 건의할 계획이다. 중원신산업벨트는 대전, 충남·북, 강원, 전북 등을 연계해 첨단 미래산업과 스타트업 기지를 조성하는 게 골자다. 지방자치단체가 요청한 것이 아니라 윤 당선인이 이곳 표심을 잡으려 직접 내건 공약인 만큼 구체적 청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각 지역은 새정부 출범에 맞춰 지역균형발전 대응 추진단을 꾸리고 세부 공약을 인수위에 적극 요청하는 등 고무적인 분위기다. 대전시는 윤 당선인의 지역 공약을 국정과제에 최대한 반영하고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부시장을 총괄단장으로 하는 실무추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특히 동구-중구-대덕구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대전산업단지 청년창업 기지화’와 ‘경부선·호남선 철도 도심구간 지하화’ 등을 윤 당선인 임기 중 가시화한다는 목표다.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은 윤 당선인의 지역 공약사업 과제화를 위해 지난달 24일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을 비롯한 경제1분과 위원들과 면담을 가졌다. ‘바이오메디컬’ 산업으로 도약을 꾀하고 있는 포항시는 지난 2월 포스코홀딩스와 합의해 포스코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이전 등을 이전하기로 했다. 이 시장은 “국내 최고 공학 인프라를 갖춘 포항에 포스텍 연구중심 의대를 설립한다면 세계 바이오메디컬 산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강원권은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도내 각종 규제를 풀고 행정·재정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에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표출했다. 강원도는 북한 접경지역이라 군사적 조치를 비롯해 수도권 상수도 공급을 위한 상수도보호구역 지정 등 각종 규제를 안고 있다. 윤 당선인이 지역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강원경제특별자치도’를 약속했지만, 도와 더불어민주당이 그간 추진한 ‘강원평화특별자치도’와는 결이 다소 달라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저성장 속 ‘도시 경쟁력’ 높이기… 개헌도 촉구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주력산업인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이 경쟁력을 잃으며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성장잠재력 지수(0.867)가 6개 권역 중 가장 낮다. 이에 3개 시도는 초광역 특별자치단체를 추진해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려 하고 있다. 특별지자체 조직과 운영에 관한 기본 규범을 마련하고, 공통 현안에 대한 전략을 도출해 인수위와 새 정부 출범 이후 각 부처에 전달할 계획이다.
부산은 특·광역시 중 고령화율(19.4%)이 가장 높은 도시로 지난해 9월 전국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시는 저성장에 따른 인구 감소추세를 받아들이는 대신 ‘활력 있는 인구구조 형성’과 ‘인구변화 적응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모든 세대와 계층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두고 활기찬 초고령사회, 축소사회 선제 대응, 균형·포용적 도시 등 6대 분야에서 25개 세부과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방소멸 위험지수’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경북은 지방분권 관련 헌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달 18일 윤 당선인과 면담을 갖고 지역 공약사항 이행을 촉구했다. 특히 ‘지방정부 우선 원칙’을 헌법에 명시하는 지방분권형 원포인트 헌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정부가 자기책임 원칙 아래 지방 사무를 수행하고, 국가는 지방정부가 수행할 수 없는 사무일 경우 권한을 가지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지사는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반복되는 지역발전 사업 검토와 추진만으로는 누적된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번 정부는 지방정부와 함께 대한민국 국가운영의 틀을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이중고’ 일부 수도권 “지방 주도 강화해야”
수도권이지만 인구 감소세가 빠르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일부 지역은 수도권 규제로 인한 이중고를 앓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일률적 수도권 규제를 재고하고 지방 주도권을 높이는 방향을 건의할 방침이다.
인천 강화군·옹진군 두 곳이 대표적 지역으로, 노령화지수가 높고 낮은 재정자립도로 인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정학적 이유만으로 수도권에 묶여 불합리한 차별을 받았고 규제를 적용하는 수도권에서 빼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국민의힘 배준영 국회의원은 지난해 12월 이런 내용이 담긴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수도권 내에서도 인구가 감소하는 곳까지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이와 관련 최근 한 인터뷰에서 “지역소멸 대안으로 수도권 규제를 논하는 것은 제로섬 관점으로서 생산적이지 않다”며 “수도권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방과 같이 발전하는 공존과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이 수도권정비계획을 중앙 정부 주도로 수립 집행하기보다 점차 지방 주도로 전환할 것”이라며 “서울·인천·경기 세 광역자치단체를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설립해 광역 차원의 도시성장관리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양평군과 여주시도 윤 당선인의 수도권정비계획법 재정비 방침에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이지만 각종 규제로 도시 개발이 더딘 이들 지역은 지방 중소도시·농촌과는 다른 ‘대도시권 교외 지역’에 맞는 대응 전략으로 지역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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