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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는 원래 과실향이 풍부하다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2-04-23 19:00:00 수정 : 2022-04-22 19: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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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막걸리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의 대표 서민의 술, 비 오는 날에 파전과 먹는 술, 농촌에서 새참거리로 즐기는 술 등이라고 언급할 것이다. 그러면서 대부분은 누룩 냄새가 나고, 머리가 아픈 술이라는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1970∼80년대의 막걸리는 많이 마시면 두통 등 숙취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위생 및 유통기한 관리도 잘 되지 않고 무엇보다 제대로 만들지 않은 밀주 등이 성행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동동주. 동동주는 쌀로 만든 청주에 가까운 탁주인데, 아직 알코올 발효가 덜 돼서 쌀의 단맛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 기사를 보면 쌀이 아닌 밀가루로 만든 막걸리를 학사주점에 밀주로 납품하면, 그 위에 쌀알만 동동 띄워 동동주로 속여 판 것을 알 수 있다. 제대로 된 양조장이 아니니 유통기한도 지킬 리도 만무했다. 막걸리 역시 맛이 변질될 듯하면 쌀뜨물과 소주, 설탕을 넣어 다시 판매해 질 좋은 막걸리 만난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1990년대까지 쌀로 막걸리를 만드는 것이 금지가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와서 이러한 시장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일단 늘 고집하던 말통 막걸리를 금지했다. 2리터 이하의 용기에만 팔게 한 것이다. 그러자 늘 재활용하며 위생적으로 문제가 된 용기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기 시작했다. 또 원재료에 국산과 수입처 등 쌀의 출처 표기를 의무화했다. 미국쌀, 중국쌀 등 직관적으로 표기를 해야 했다. 그래서 점점 국산 쌀을 사용하는 곳이 늘어났다. 위생문제 해결을 위해 술품질인증제도 등을 도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유서 깊은 양조장 등은 견학 및 판매를 진행하며 양조장 체험 및 견학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양조장을 오픈하게 되니 위생에 더욱 신경 쓰게 되었다.

여기에 잊혔던 전통 누룩을 사용하는 곳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통 누룩을 사용하게 되면 다양한 누룩균이 생성돼 해당 균 하나하나가 다채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 맛과 향이 좋아지고, 더욱 높은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원료를 아낌없이 사용해 원재료 맛을 이끈 막걸리도 대거 등장하게 된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좋은 원료로 막걸리로 빚다보니 소비자는 새로운 향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막걸리에서 은은한 과실 향이 느껴진다는 것. 인공향을 넣은 듯한 짜릿한 향은 아니지만 뭉근하게 느껴지는 사과향, 딸기향, 복숭아향, 바닐라향 등이 막걸리에 따라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살짝 숙성을 더하니 감귤계의 상큼한 맛까지도 추가되었다.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역시 다양하게 변화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6∼8도 정도의 천편일률적인 모습이었지만, 이내 1.5도에서 19도까지 다양하게 등장했다. 막걸리도 지역, 맛, 향, 도수 등 취향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막걸리를 프리미엄 막걸리, 크래프트 막걸리 등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막걸리에도 소비자가 정한 기준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지역 농산물을 아낌없이 사용해 만든 술은 맛이 없을 수 없다는 것. 막걸리가 단순히 서민의 술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난 사례이며, 이러한 상황을 만든 것은 단순한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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