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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정책·사업 뒤집기 ‘혈세 낭비’ 되풀이 우려 [민선 8기 - 지방권력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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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7 06:00:00 수정 : 2022-06-27 04: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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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새 단체장, 전임자 '색깔'을 지워라

일부 ‘먼지털기식’ 문제제기… “무리한 폐지, 주민 신뢰 잃어”

전국 지자체서 색깔지우기 속도
부울경 메가시티·수도권 매립지…
수장 바뀌자 신중론… 존폐 갈림길
물갈이 인사 예고에 공직도 ‘술렁’

7월 1일부터 새 행정 수장 정식 업무
정당·개인 철학·정책따라 수정 불가피
당선자측, 전임 치적 깎아내리기 봇물
전문가 “정확한 진단·방향 설정 중요
편가르기식 아닌 다수 공감 행정해야”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의 인수위원회는 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 시절 확대 개편된 인천사회서비스원 폐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관리자들의 갑질 논란, 공공기관 평가 최하위 등 총체적으로 부실이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역시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시장직이 넘어간 대전에서는 민선 6기부터 도시철도 2호선으로 추진해온 트램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자는 취임과 함께 이 사업에 대한 감사를 시사했다.

 

지난 6·1지방선거(민선 8기)에서 전국 광역·기초단체장이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으로 대거 물갈이되면서 직전 단체장이나 해당 지자체가 추진했던 주요 사업들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당선자들은 다음 달 1일 임기 개시에 앞서 인수위원회를 가동하며 조직과 정책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26일 전국 광역·기초단체장 당선자들의 입장이나 인수위 동향을 종합한 결과, 대다수 광역단체에서 전임자 정책의 원점 재검토나 속도 조절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날이 위태로운 주요 사업 중 하나로는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조성이 꼽힌다. 국내 최초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울경 특별연합의 내년 출범을 앞두고 울산과 경남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울산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송철호)에서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김두겸)으로 바뀐 곳이고, 경남도 민주당 소속 김경수 도지사가 유죄 확정으로 지사직을 잃은 뒤 국민의힘이 되찾아온 곳이다.

 

충북도에선 3선을 연임한 민주당 소속 이시종 지사가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세계무예마스터십이 재검토 목록에 올랐다. 국민의힘 소속 김영환 충북지사 당선자가 선거운동 기간부터 “막대한 예산을 출산 장려금 지급 등 현안 해결에 쓰겠다”며 세계무예마스터십 폐지론을 꺼냈다. 김 당선자는 “세계무예마스터십이 꼭 필요한 것인가, 거기에 얼마나 돈이 들어가는가, 그런 것을 꼭 거기에 써야 할 것인가 등의 문제를 인수위에서 점검하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시 트램 사업은 사업비 증액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대전시는 트램 기본설계 결과 총사업비가 1조4837억원으로 잠정 결정됐다고 밝혔는데 이는 2020년 국토교통부가 승인한 7492억원보다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물가·토지가격 인상분 1368억원, 급전시설 변경 672억원, 구조물 보강 및 지장물 이설 1688억원 등의 현실화와 정거장 10곳이 추가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전시장직 인수위는 허위 보고라며 사업비 증액과 관련한 행정절차를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인천에서는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문제가 새 국면을 맞았다.

 

공직 사회도 술렁거리고 있다. 대대적인 인사가 전망된 데 따른 것이다. 당장 적재적소에 배치를 원칙으로 내걸었지만 내부에선 기강잡기, 코드·낙하산 인사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와 광주시에서는 정년퇴직을 한참 남겨둔 핵심 간부가 자발적 명예퇴직을 신청한 게 대표적 사례다.

 

◆소속 정당 바뀐 광역단체마다 전임자 흔적 지우기

 

서울시는 지난 23일 민간위탁 사업의 적격자를 심사하는 심의위원회에 시의회와 시민단체가 추천한 인사를 제외하는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민주당 소속 시장(박원순) 당시 시민단체 등에 대한 민간위탁 과정에서 발생한 셀프 수주, 과도한 인건비 문제를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세운 ‘서울시 바로 세우기’ 일환이다.

 

인천에서는 현직 시장이 매입한 시청사 신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인천시는 현재 지난해 3월 본청 앞에 신축한 주거용 오피스텔 가운데 11개소를 265억원에 매입해 현재 사무실로 사용 중이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는 “23개 부서 45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3대밖에 없고, 주차공간이 부족해 공무원과 민원인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당선자는 전임 시장 시절 추진된 전자화폐 이음카드 캐시백 10% 정책과 관련, “캐시백을 무리하게 제공하는 데만 몰두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돕는다는 취지는 퇴색하고 운영대행 문제점도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12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진영으로 교체된 강원도정은 신구 권력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지사 당선자는 민주당 소속 최문순 지사의 주요 현안과 관련, ‘현미경 점검’을 예고했다. 김 당선자는 강원도 산하 위원회와 보조금 지원사업에 대한 문제점의 공개 비판에 나섰다. 김 당선자는 “국가경제가 매우 엄중한 상황인데 공공기관이 혈세를 마구 낭비하면 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면서 “방대한 위원회 조직과 타당성 없는 보조금 지원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23일 개막한 평창국제평화영화제도 백지화 위기에 직면했다. 김 당선자는 레고랜드 테마파크와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과 관련해서도 연일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새 도정의 행보를 놓고 최문순 지사 측은 “먼지털기식 문제 삼기는 정치탄압”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최 지사 측 한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지겠지만 현재 보이는 모습은 먼지털기식과 다를 바 없다”며 “이 같은 행보가 계속된다면 결국 새 도정의 정치탄압 논란만 커지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울산의 경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울산에서 50여㎞ 떨어진 바다에 풍력발전시설을 만드는 사업으로 송철호 시장 측은 원자력발전소 1기당 1000∼1500㎿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감안하면 원전 5∼6기를 대체할 발전량이라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자는 “국가 주도의 사업인 만큼 울산에 어떤 이익이 올 것인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유보적 입장을 냈다.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맑은 물 확보’ 사업도 안갯속이다. 송철호 시장은 반구대 암각화의 상습 침수를 막기 위해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수위를 낮추는 대신 대구시의 취수원인 경북 청도군 운문댐의 물을 울산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면 사연댐의 용수 공급량은 하루 18만t에서 13만1000t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김두겸 당선자는 최근 문화관광체육국 인수위 업무 보고에서 기존의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울산 맑은 물 확보’ 투 트랙 전략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혈세 투입 사업, 정확한 진단 거쳐 정리해야”

 

정책 안정성과 연속성을 택한 경우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 당선자는 그동안 기자회견 등 여러 차례 발표를 통해 “도정이 바뀌더라도 방향적인 측면에서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충남도가 그동안 벌여온 대형 프로젝트들이 갑작스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당선자는 인수위에 대해 “점령군이 아니며 도정을 감사하는 역할도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이런 의지의 연장선에서 인수위는 시행착오가 있는 현안들을 솔직히 공유하고 나아갈 방향을 정리하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혈세 낭비를 줄이기 위해 주요 사업의 존폐를 결정하기 전에 객관적이고 면밀한 평가가 앞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재대 최호택 교수(행정학)는 “전임자 지우기로 인한 무리한 사업 폐지는 자칫 주민들의 신뢰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문제가 있다고 하면 정확한 진단과 더불어 옳은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 시작되면서 실행까지 연결되지 않았어도 많은 혈세가 투입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방재정엔 큰 타격을 준다”며 “어떤 게 문제이므로 지금 멈추는 게 진행했을 때보다 이득이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 광역단체 공무원도 “살림 운영과 인사는 단체장의 권한으로 자신의 구상과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다만 예산의 낭비와 불협화음, 편가르기식보다는 다수가 공감하는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제주·춘천·대전·울산=강승훈·임성준·박명원·강은선·이보람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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