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간장 한사발” 비꼬자… 장제원 “무슨 말인지” 안철수 “속 타나 보다”

안철수·장제원 겨냥? ‘간장 한사발’ 이준석 SNS 글 파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공동 취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장제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을 저격하는 의도로 ‘간장 한 사발’을 언급했다는 해석이 나온 가운데, 당사자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나타냈다.

장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뒤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자 “이준석 대표와 저와 어떤 갈등이 있느냐”면서 “자꾸 갈등 유발을 말아달라”고 말했다.

‘당내 갈등 배후에 장 의원이 있다고 이 대표 측이 보는 것 같다’는 질문에는 “그런 말이 나왔나. 어디에 나왔나. 못 들었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가 SNS에서 ‘간장 한 사발’이라고 표현한 것이 장제원·안철수 의원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선 “그것이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최근 당내 갈등 상황에 대해선 “서로 자중하고 말을 아끼면서 의원들의 집단 지성을 갖고 해결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며 “집권 여당의 진중함, 무게감을 갖고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 정당에는 갈등이 있고, 갈등을 잘 해소하는 것이 정치력이고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에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세력화 해석이 나오는 것을 두고는 “포럼은 있던 것을 재개한 것이고, 다양한 콘텐츠로 의원 연구모임을 할 것”이라며 “세력화라는 것은 과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앞줄 오른쪽부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장제원 의원, 최재형 혁신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뉴스1

반면 포럼에 참석한 안 의원은 이 대표의 ‘간장’ 발언에 대해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면서도 “속이 타나 보죠”라고 말했다.

‘안 의원의 이번 포럼 참석 등을 두고 이 대표가 간장 한 사발이라고 겨냥해서 말했다’, ‘간장이라는 표현에 대해 입장이 있나’라는 질문이 연달아 나오자, 안 의원은 발언 취지가 “이해가 안 간다”면서도 웃으며 “속이 타나 보죠”라고 반복했다. 주어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이 대표를 겨냥해 비꼰 것으로 해석됐다.

안 의원은 최근 당내에 불고 있는 ‘공부 모임 바람’에 대해 “따로 계획은 세우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공부 모임에 참여해 공부하는 중”이라며 이날 참석한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가입은 할 테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대선·지방선거 등) 선거 승리와는 별도로 민생에 대해서 제대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책임 있는 여당의 태도”라며 “정당 내부의 파워게임이라든지 이런 건 관심 없다”고 공부 모임 추진이 ‘세력화’라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앞서 장 의원이 한 언론에 이 대표를 둘러싼 당의 내홍 등을 두고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이냐’고 쓴소리를 하자, 이 대표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디코이(decoy·유인용 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했다”며 “다음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적었다. ‘미끼’는 친윤(친윤석열) 배현진 최고위원, ‘간장’은 ‘간철수’(간 보는 안철수 의원)와 ‘장제원 의원’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안 의원의 포럼 참석을 계기로 두 사람의 밀월 행보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과 최고위원회에서 연일 설전을 벌였고, 안철수·장제원 의원과는 대선 때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이 대표는 자신을 공격하는 배후에 ‘윤핵관’이 있다고 저격하는 동시에 안 의원이 장 의원과 연합해 이 대표를 견제한다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정은나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