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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이 없어요”…늘 피곤한 엄마들, 어떻게 극복할까 [토닥토닥엄마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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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6 13:00:00 수정 : 2022-08-06 0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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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힘 없고 붕 뜬 기분… ‘육아맘’의 ‘만성피로’
불균형 생활·식사, 운동부족, 수면 부족 등이 원인
일부 영양제·주사로 해결하지만 근본 해법은 휴식
실천 어렵지만 충분한 수면, 나만의 시간 확보해야

“선배, 저는 요즘 정말 너무 너무 기운이 없어요.”

 

느릿느릿 팔을 움직이며 이렇게 말하던 후배 K는 정말 힘이 없어 보였다. K는 아이 둘을 낳고도 여전히 변함없는 미모를 유지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로 덩어리들을 이고 다니는 것 같았다. 나도 복직 후 비슷한 경험을 했던 터라 공감할 수 있었다. 그냥 피곤한 정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배터리가 5%정도 남아 곧 전원이 꺼질 것 같은 휴대전화와 비슷하다. 그래서 “힘들다”가 아니라 “힘이 없다”고 말하게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육아맘들은 늘 피곤하다. 수면, 식사, 운동 등 건강 유지에 필요한 조건을 이전처럼 갖추지 못하면서 육아라는 새로운 일에 에너지를 쏟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가 심해지고 오래되면 어떻게 해도 몸에 기운이 나지 않는 만성 피로 상태를 경험하기도 한다. 소위 말해 몸이 축나는 상태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들에서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일이다. 지긋지긋한 피곤함, 시원한 해법을 찾고 싶다.

 

◆태어나 처음 겪어본 ‘에너지 고갈’

 

둘째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지 1년쯤 지나서였다. 원래도 피곤했지만 피곤을 넘어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 느낌이 들었다. 이 상태를 딱 꼬집어 말로 설명하려니 어렵다. 에너지가 몸에 응축되지 않고 가루가 되어 날아가는 것 같달까.

 

단순히 먹고, 자는 것으로는 몸이 회복되지 않았다. 일하고 퇴근해 어찌어찌 애들을 씻기고 재운 뒤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머리는 심각하게 안 돌아갔다. 하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었고 재미있는 일도 없었다. 그냥 붕 뜬 느낌이었다. ‘이런 게 번아웃인가. 나름 건강체질이라 자부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지? 첫째 때는 안 그랬는데….’ ‘멘붕’이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니 원인을 알 것도 같았다. 아이와 잠자리 분리를 하지 않아 잠을 푹 못잔 게 5년째였고, 약속이 없을 땐 굳이 밥을 먹고 싶지 않아 거르거나 군것질로 때웠다. 운동을 못해 체력이 떨어지고 하체와 코어 근육이 물렁해졌다. 체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둘째를 낳아 몸은 더 약해졌는데 육아에 쓰는 에너지는 두 배로 늘었다. 여기에 동생의 탄생과 유치원 생활로 예민해진 첫째의 감정을 살피고 복직 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정신적으로도 지쳤다. 수년 동안 매일 이런 상황이었으니 결국 체력이 바닥을 보인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극단적인 피로를 호소하는 육아맘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의 느끼는 피로에 대한 표현은 대충 비슷하다. 후배 K는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자꾸 눕고 싶다”고 말했고, 친구 P는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고 아무 의욕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 C는 “영혼이 반쯤 탈출한 상태라 아이랑 잘 못 놀아준다. 너무 미안한데 정말 힘이 안 난다”고 말했다. 

 

사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피곤하지 않은 엄마는 없다. “아이 웃음 한 방에 피로가 날아간다”는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순간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일 뿐이다. 피로는 그 순간에도 엄마의 건강을 갉아먹는다.

 

◆영아기에서 끝나지 않는 육아맘의 피로 

 

피로란 무엇인가.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피로는 ‘지치고 탈진되며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을 말한다. 국어사전은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든 상태’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어린 자녀를 키우는 대부분 엄마들의 몸 상태는 피로한 것이 맞다.

 

원인은 물론 본인들이 아주 잘 알 것이다. 출산 직후 영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피로는 잠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한유정 강남차여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가장 큰 원인은 수면 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모들의 피로는 대부분 신생아를 키우느라 잠을 제대로 못자는 데다 육아하느라 안하던 일을 갑자기 너무 많이하게 돼서 (생긴다)”면서 “거기에 손이 많이 가는 아기를 키워야하기 때문에 늘 불안하고 긴장하며,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우울감도 동반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영향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주 깨어 우는 영아기를 지나면 아이들은 잠을 길게 잔다. 이 시기에 잠자리를 분리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유아기 엄마들은 영아기 때만큼 수면이 부족하지는 않다. 그런데도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아니, 더 피곤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왜일까.

 

배우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육아로 인한 피로는 출산 후 불규칙한 생활, 불균형한 식사, 운동 부족 등으로 시작되는데 영아기가 지나도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피로가 지속된다”면서 “보통 5~10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장 많이 지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일하는 엄마들은 아이에게 여전히 손이 많이 가는 상황에서 회사 일을 해내야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경력이 단절된 엄마들은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고 의욕이 떨어지는 무기력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어 육아 피로는 우울증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로의 정도가 극심한 경우는 역시 과로, 즉 수용 한도를 벗어난 노동을 지속해서다. 이진무 경희한방병원 교수는 “산모들은 출산 후 완벽히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육아라는 육체노동을 하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 무리하면 피로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그런 경우 기력이 소진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대부분 엄마들은 임신기부터 아이가 태어난 뒤 10년 정도까지는 계속 피로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적게 잡아도 인생의 10% 이상을 피곤한 상태로 산다는 것이니 정말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법은 ‘충분한 쉼’… 실천이 난제

 

육아맘들은 피로에 대응해 나름의 생존 방식을 찾게 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영양제다.

 

공무원인 C언니는 스스로 ‘약쟁이’라 말할 정도로 영양제를 많이 먹는다. 관절 영양제, 칼슘과 마그네슘, 오메가3, 루테인, 비타민C, 유산균, 콜라겐, 비오틴, 밀크시슬 등 영양제를 매일 한줌씩 입에 털어 넣는다. 그래서인지 그는 또래 엄마들 사이에서도 가장 활력 있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후배 K는 피로가 심할 땐 병원에서 수액을 맞는다. 그는 “영양 주사를 맞아서인지, 맞는 동안 꿀잠을 자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번 맞고 나면 기운이 생겨 한동안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영양제나 영양주사는 결국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운이 나는 것도 일시적인 것일 뿐 피로의 원인인 수면 부족, 과로, 스트레스 상황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교수는 “어떻게든 잠 시간을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산후 검진 때 잠을 못자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엄마들에게 수액을 처방해주기도 하는데, 영양을 보충해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몇 시간이라도 수면을 취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한 숨 자고 나면 ‘몸이 개운해졌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와 잠자리를 분리하고, 엄마가 최대한 양질의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줘야 엄마의 피로를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육아맘의 피로 회복을 위해 ‘나만의 시간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육체적 피로도 문제지만 유아기 아이 엄마들의 경우 오랜 육아 노동으로 정신이 지친 경우가 더 많다”면서 “스트레스만 줄어도 피곤을 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힐링할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다. 육아와 집안일이 아닌, 나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일을 말한다. 집에서 할 일이 산더미인데 나를 위한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배 교수는 “그걸 1순위로 두라”고 조언했다. 그는 “일을 꼭 매일 해야 한다는, 꼭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시간이 생긴다”면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간 시간, 남편이 퇴근한 저녁 시간 등 매일 ‘내 시간 루틴’을 만들고 아이쇼핑을 하든, 산책을 하든, 책을 읽든 오롯이 나를 위해 쓰라”고 했다.

 

이 교수는 빠른 피로 회복을 위해 자주 휴식을 취하라고 말했다. 그는 “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선 힘을 한 번에 많이 쓰거나 오래 쓰는 일을 피해야 한다”면서 “1시간을 쉬지 않고 일하기보다 20분 일하고 10분 쉬는 방식으로 천천히 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피곤한 엄마들이여 충분히 쉬어라’다. 솔직히 결론이 시원하지 않다. 이걸 모르는 엄마들은 없지 않나.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그냥 ‘다들 그러려니’하고 사는 거다. 하지만 짧은 인생, 더 짧은 젊음을 늘 피로에 찌들어 산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개선을 시도해 보면 좋겠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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