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한창인 여름, 흐름을 멈춘 강은 온통 짙은 녹색을 띠었다. 강물과 함께 흘러가야 할 유기물이 침전하면서 은색 모래질의 바닥은 부패한 검은 펄로 덮였다. 강바닥서 길어 올린 퇴적토에선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드문드문 기어 나오는 붉은깔따구 유충과 실지렁이는 이곳이 4급수로 전락했음을 드러냈다. ‘고인 물은 썩는다.’ 이 오래된 명제는 올여름 낙동강에서 단순한 비유로 존재하지 않았다. 보가 생겨나며 강물이 고였고, 고인 물은 썩고 말았다. 취수원과 경작지를 아우르는 낙동강 전역에 전례 없는 고농도 녹조가 창궐했다. 지난 4일과 5일, 11일, 사흘에 걸쳐 낙동강과 금강의 주요 지점을 기록했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부산의 상수원인 낙동강 물금·매리지점의 녹조가 경계 수준의 4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금·매리지점은 지난 6월 23일 조류 경보제 ‘경계’ 단계가 발령된 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남조류 세포 수가 2차례 연속 ㎖당 1만개 이상이면 조류경보 경계단계가 발령된다. 지난 8일 물금·매리지점의 남조류 세포 수는 ㎖당 무려 44만7075개로, 조류 경보제가 도입된 2020년 이후 가장 농도가 높은 수준이다. 남조류에 의해 생성되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LR도 7.7ppb로 높아졌다. 이는 환경부 기준치 1μg/L의 7배를 넘는 규모이며, 2013년 먹는 물 감시항목 지정된 뒤 검출된 가장 높은 농도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 손상과 정자 감소, 복통·구토·설사 등을 일으키고 급성중독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맹독성 물질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낙동강 물을 원수로 사용하는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고, 낙동강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해 기른 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면서 “단순히 시료 분석법의 차이라고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국장은 “보가 생겨난 뒤 강이 망가졌다면, 보를 개방해서 강을 자연 상태로 되돌리면 해결될 일”이라며 “이를 정치 쟁점화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식수·먹거리와 직결된 건강권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은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라며 “보 개방·해체로 강의 연결성과 자연성을 회복하고 인간과 야생 동식물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지난 7월 18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보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농번기와 가뭄 등 물 이용이 필요한 때는 수위를 유지하고 녹조 발생 등 물 흐름이 필요할 때는 탄력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보고했다. ‘보 활용’은 보 존치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전 정부의 ‘4대강 보 해체·개방을 통한 재자연화’ 정책을 뒤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당시 정부의 보 해체 결정을 두고 “어림 턱도 없는 소리”라며 “이것을 잘 지켜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시민들이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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