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나 소 출하가격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돼지고기나 소고기 판매 가격은 왜 그대로일까? 왜 한번 올라간 축산물 가격은 사료값 등이 하락해도 소비자들의 기대만큼 내리지 않는 것일까?
결론은 축산업자 따로, 도축업자 따로, 축산물 가공업자 따로, 중간 유통업자 따로, 판매업자 따로 등 복잡한 생산 가공 유통 구조 때문이다.

뜻 있는 축산농가들이 농업회사법인을 만들어 이런 복잡한 축산물 생산과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착한 가격에 축산물을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충남 아산시에서 축산물 전문판매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돈우나드리’가 그곳이다.
12일 돈우나드리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충청권을 중심으로 양돈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농민들이 새로운 주주로 가세했다. 돈우나드리는 2016년부터 아산 배방 본점을 비롯해 온양점·천안 풍세지점·홍성지점 등 4곳의 축산물 전문매장을 운영해 왔다. 그동안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수십㎞ 떨어진 경기권과 서울에서 찾아오는 단골이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이번에 축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해 값싸고 질 높은 축산물을 공급하자는데 뜻을 같이한 축산농가들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더욱 획기적인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이 기대된다.
농업회사법인 돈우나드리에 새롭게 가세한 주주 구성원들은 대부분 양돈 및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들이다. 돈육(돼지고기)의 경우 법인으로 구성된 여러 곳의 모돈(母豚) 농장에서 자돈을 생산해 70여 곳의 비육돈사에서 기른 후 자체 도축장에서 도축 후 이곳으로 가져와 판매한다. 12일 축산농민들이 농업법인을 만들어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나선 충남 아산 수도권 전철 배방역 인근에 소재한 돈우나드리 본사 직판장을 찾았다.
◆축산농들 직접 생산·도축·가공·유통, 고품질 축산물 착한 가격 직판
가공공장은 대규모로 가동되고 있지만 직판장은 90㎡ 남짓한 작은 공간이다. 축산물만 판매하는 전문 매장이어서 큰 매장이 필요치 않다는 농업법인측의 설명이다. 매장에는 부위별로 어마어마한 양의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판매 진열대에 쌓여 있었다. 돼지고기 부위가 이렇게 다양하고 가공방법이 많은지 실감했다.
냉동이 아닌 냉장 대패 삼겹살을 비롯해 다양한 부위의 돼지고기를 요리하게 쉽게 다양하게 가공해 상품으로 진열해 놓았다. 냉장 대패 삼겹살을 가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다. 돼지고기 대표 소비 메뉴인 삼겹살·오겹살·목살·항정살·가브리살과 다양하게 가공한 쪽갈비, 찌게용, 국거리용 고기와 부산물도 다양하게 가공돼 판매대 위에 놓였다.
이날 판매 가격은 대형 마트에서 판매되는 삼겹살 가격이 100g당 2000원이 넘는 것과 비교할때 20∼30% 가량 저렴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매장에는 쉴새 없이 소비자들이 드나 들었다. 빠른 속도로 축산물이 팔려 나갔고 판매장과 연계돼 있는 가공 공장에서 신선한 축산물이 계속해서 리필됐다.
소비자들은 구매할 축산물 품목을 정하고 오기 때문에 매장에서 어떤 품목을 살 것인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손님들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이 아주 짧았고 순환이 아주 빠르게 이뤄졌다. 계산대를 나서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는 크고 무거웠다. 한 중년 부부에게 “어디서 오셨고 왜 이렇게 많이 사셨느냐?”고 물었더니 “서울에서 왔다. 서울 지인들에게 맛 있고 신선한 돼지고기 한 번 맛보라고 선물할려고 많이 샀다. 크게 부담스러운 비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여기 축산물을 선물하면 다들 너무 좋아하더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번에 돈우나드리에 가세해 경영에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되는 축산농가들은 연간 10만톤 이상의 사료를 소비할 정도로 규모있는 기업농들이다.

◆야채는 모두 천원, 한번 맛 보면 계속 이어지는 구매 발길
고기를 구워 먹을때 필요한 상추·깻잎·깐마늘·파채·청양고추·풋고추 등 야채는 봉지장 365일 같은 가격 1000원에 판매한다는 표시도 눈에 띄었다.
닭고기, 계란 등 품목은 OEM 방식으로 생산 판매되고 있다. 2차 가공된 돈까스, 치즈, 훈제 제품군 등은 천안 풍세면에 위치한 돈우나드리 가공공장에서 가져와 판매되고 있었다. 또 자체 생산한 사골 육수도 진열 판매되고 있다.
천안에서 왔다는 A씨(58)는 “여기에서 고기를 사먹은 뒤로는 다른 매장에서 고기를 사지 않는다”며 “가격이 저렴해 결혼한 아들 딸과 지인들에게도 이곳 자랑을 한다”고 말했다.
축산업을 하며 대주주로 가세한 김일 대표는 “축산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품질 좋은 제품을 전국 최저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 1차적인 목표”라며 “축산업을 하면서 출하 가격이 떨어져도 이미 올랐던 축산물 가격은 잘 내리지 않는다는 국민들의 불만을 보면서 이 문제 만큼은 바로잡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축산물 가공 판매를 시작한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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