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도 세금 올라 인상요인 누적
주류가 인상 물가상승 견인 우려
‘서민의 술’ 소주와 맥주값이 올해 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세와 원료값 상승에 따라 출고가격 인상이 예상되면서 실제 소비자들이 식당에서 사 먹을 때는 소주 1병 값이 6000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외식값 등 장바구니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데다 겨울철 ‘난방비 폭탄’까지 맞고 신음하던 서민들이 이제는 ‘삼겹살에 소주 한 잔’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셈이다.
주류 가격 인상이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이번 주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금통위는 물가안정과 경기부양이라는 상충된 목표를 놓고 ‘묘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19일 기획재정부와 주류 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이 지난해보다 ℓ당 30.5원 올라 885.7원이 된다.
맥주에 붙은 세금이 오르면 통상 출고가 인상으로 연결된다.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전기료 등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도 맥주 출고가 인상 요인이다.
맥주와는 다른 주세가 적용되는 소주는 세금 부담이 아닌 원가 상승 요인으로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소주는 주정(에탄올)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만드는데, 국내에서 주정을 독점 유통하는 업체가 지난해 주정값을 10년 만에 7.8% 올렸다. 주정 원재료인 타피오카 가격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여건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한 주정회사의 영업이익이 60% 이상 감소할 정도여서 주정값은 올해 또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소주병 공급가격도 20% 이상 오른 상태다.
주류업체들은 지난해 이미 소주와 맥주 출고가격을 인상했지만,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올해도 인상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체가 출고가를 인상하면 유통 과정을 거쳐 소비자가 사는 술 가격은 더욱 비싸진다. 올해도 소주 출고가가 오르면 식당에서 판매되는 값은 1병에 6000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주류 가격 인상은 가뜩이나 높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6개월 연속 5%대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1월에 이어 이번달에도 5%대 초반 상승률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전기요금·상수도료·난방비 증가 등 정부발 공공요금 변수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 주류값 등 외식물가가 상승할 경우 당초 정부의 예상보다 고물가 상황이 길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가 상황은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데 핵심 요인이다.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는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3.50%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면서도 여전히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며 인상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필수인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란 설명이다.
미국 상황도 변수다.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4%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금리 인상)이 길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시 현행 1.25%포인트(상단 기준)인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금리 동결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4% 역성장하는 등 경기 둔화가 심화되고 있어 추가 인상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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