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학생 다수 쓰고 생활해
“밥 먹을 때도 턱에 걸치고 있어”
학교선 노출 싫어 급식 안먹기도
일각, 교우 관계·언어 발달 우려
정부 3월 새 일상회복계획 발표
“저희도 마스크 판매량이 꾸준해서 놀랐어요.”
지난 1월30일 마스크 실내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마스크는 여전히 사회생활 필수품이다. 8일 국내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마스크 실내 착용 의무가 사라지면서 지난달에는 마스크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봤다”며 “하지만 오히려 전년동기 대비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스크가 일상화된 방증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 전면 해제까지 논의되고 있지만,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챙기는 풍경이 익숙하다. 특히 지난 2일 코로나19 발생 후 4년 만에 대면 입학식을 치르고 새 학기를 시작한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착용의무가 없음에도 마스크를 쓰는 학생이 상당수다. 학생들 가운데는 코로나19 전염 우려에서 썼던 마스크가 이제는 ‘없으면 허전한 필수품’이 됐다는 이들도 적잖다.
중학생 윤모(13)군은 “마스크를 벗기 부끄러워서 밥 먹을 때 턱에 걸치는 친구들이 있다”며 “감염 걱정보다 부끄러워서 학교 밖에서도 마스크를 안 벗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마스크를 썼다는 윤군 반 학생 14명 중 아무도 수업시간에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고등학생 최모(18)양은 “반 인원이 28명인데 그중 6명 정도는 마스크를 벗지만, 나머지는 오히려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봐 마스크를 쓴다”고 말했다.

경남권 초등학교 교사 남모(27)씨는 “선생님 중에도 눈치를 보는지 마스크를 아직 쓰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사춘기 아이들은 마스크를 항상 쓰다가 갑자기 벗으려니 부끄러워 못 벗겠다는 말도 하더라”고 전했다. 남씨는 “심지어 아예 급식을 안 먹으러 가는 일도 있다”며 “착용 의무가 해제됐어도 이런 이유로 마스크를 계속 쓰는 학생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학부모들은 코로나19 유행보다 아이의 교우관계나 교육에 미칠 악영향을 더 걱정하기도 한다. 부산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이모(42)씨는 “아이는 마스크 쓰는 게 일상이 돼서 어디를 갈 때든 마스크부터 찾는다”며 “친구 얼굴을 보지 못해 유대감 형성에 좋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자녀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김모(38)씨는 “놀 때 체력 소진은 물론 언어 발달에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모르는 단어를 얘기하면 아이가 다시 물어보면서 엄마 입 모양을 보는데 마스크를 쓰면 입 모양으로 발음을 익히거나 표정으로 타인 감정을 짐작하는 발달이 더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언어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아기에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 아이는 입 모양과 발음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언어 발달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언어 발달이 지체되면 여러 심리·정서적인 파급효과가 있고 공격성이 높아지는 등 과도한 행동이 발현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논의를 거쳐 확진자 7일 격리 완화와 마스크 착용 의무 전면 해제 등 세부적 일상회복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로드맵에는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의무 등 남은 방역조치의 전환 방향과 시점이 담길 것으로 보이며 현재 ‘심각’ 단계인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4, 5월쯤 ‘경계’나 ‘주의’ 단계로의 하향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4월 말∼5월 초 긴급위원회에서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해제하면 2020년 2월부터 지속해온 ‘심각’ 단계의 하향 여부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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