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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왕과 허황옥 러브스토리 살아 숨 쉬는 김해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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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4-09 09:57:28 수정 : 2023-04-09 09: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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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테마파크

노랑, 빨강 그리고 분홍. 알록달록 원색의 동화 속 같은 꽃밭을 연인들이 손잡고 걷는다. 비강을 파고드는 달콤한 꽃향기. 사랑하는 이의 손길처럼 부드럽게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파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싱그러운 햇살. 그리고 꽃보다 더 아름다운 연인들 사랑의 속삭임까지. 이역만리 바다 건너 맺어진 수로왕과 허황옥의 사랑이 살아 숨 쉬는 ‘금관가야’ 김해의 봄은 아름답고 찬란하다.

 

가야테마파크 태극전

#2000년 전 신비로운 전설을 만나다

 

경남 김해시 어방동 가야테마파크로 들어서자 인도풍의 갤러리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000년 전 금관가야의 신비롭고 특별한 스토리를 소재로 만든 테마공원에 왜 이런 건물이 있을까. 김해 김씨의 시조인 김수로왕과 왕후 허황옥의 러브스토리를 들으면 궁금증이 해소된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따르면 허황옥은 인도 아유타국에서 건너와 수로왕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2000년 전 멀고도 먼 인도에서 공주가 김해까지 와서 수로왕을 만나 결혼했다는 얘기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수로왕은 왕이 된 후 7년 동안 결혼하지 않고 자신이 가야의 왕이 된 것이 하늘의 뜻이듯, 배필도 하늘이 점지해줄 것이라 믿었단다. 어느 날 수로왕이 손님이 올 것이라고 예견했고 신하들이 망산도에 나가 기다리니 정말로 허황옥 일행이 도착했다. 알고 보니 48년 5월 공주는 하늘이 정한 배필을 찾아가라는 부모의 명을 받고 아유타국을 떠나 가야로 향하는 두 달 동안의 먼 항해를 시작했다. 공주 일행은 거친 파도와 폭풍우를 만나지만 부왕이 준 ‘파사석탑’으로 바다를 잠재우고 두 달 뒤 가야에 도착해 수로왕과 백년가약을 맺게 된다는 이야기다.

 

허황옥상

매표소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6가야의 황금알’ 조형물과 거북이 조형물이 등장한다. 가야 건국 설화에 따르면 가야 아홉 마을의 우두머리 등 수백명이 구지봉에 올라 구지가를 부르고 춤을 추며 제사를 지내니 하늘에서 붉은 보자기에 싸인 황금알이 6개가 내려왔고 12일이 지난 뒤 가장 먼저 사람으로 깨어나 6가야의 맹주로 활약하는 이가 바로 금관가야의 시조인 수로(首露) 왕이다. 가야테마파크 가야왕궁의 메인 건물인 태극전으로 들어서면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드라마 ‘김수로’의 세트장으로 만들었던 건물로 기와를 얹은 2층 높이 규모가 웅장하면서도 마치 진짜 유적인 듯 고풍스럽다. 실내에는 가야 유물이 전시됐고 증강현실(AR)로 수로왕 탄생 신화를 엿볼 수 있다. 주말에는 왕과 왕비 옷을 입고 어좌에 앉아 사진을 찍어보는 체험도 진행된다. 태극전 뒤에도 볼거리가 많다. 망산문을 지나면 등장하는 가락정전은 수로왕의 처소와 산책하기 좋은 정원, 회랑 등으로 꾸몄다. 가락정전 안에는 수로왕과 허황옥 표준 영정을 만나고 수로왕의 칼, 복식 등 전시돼 있다. 허황옥 스토리관인 왕후전도 둘러보길. 허황옥 스토리관에선 낮에는 해풍을 따라가고 밤에는 별빛을 헤아리며 가야로 항해하던 신행 코스처럼 어둠 속에 반짝이는 별빛으로 꾸며놓은 거울의 방을 걸어볼 수 있다.

 

가야테마파크
철광산공연장

#꽃밭 거닐까 짜릿한 익사이팅 즐길까

 

가야왕궁에서 벚꽃이 활짝 핀 길을 따라 내려가면 가야민속마을이 보인다. 다채로운 민속소품과 독특한 포토존이 가득한 공간으로 ‘가야’ 글자 포토존과 하트 포토존에서 예쁜 봄날의 추억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다채로운 체험도 가능하다. 곤장, 지게, 우물펌프, 민속놀이기구로 꾸민 민속체험존, ‘금이야 옥이야 웹툰전’을 즐기는 열린만화방과 가야철기 이야기, 대장간 체험 등이 마련돼 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따르면 42년에 가락국이 건국됐고 고구려, 백제, 신라와 함께 강력한 왕국으로 발전해 나갔다. 가야제국은 통일국가를 형성하지는 못했지만 철이 많이 생산돼 철기문화는 그 시대 최고 수준으로 발달했다. 가락국의 다른 이름 금관가야가 바로 ‘쇠나라’라는 뜻이고 김해(金海) 지명도 ‘쇠바다’란 의미가 담겼다. 도끼모양 덩이쇠, 집게 등 김해 대성동 고분군과 양동리 고분군에서 출토되는 다양한 철기가 이를 증명한다. 가야는 삼한, 낙랑군, 대방군, 그리고 바다 건너 일본까지 수출하던 철의 왕국이며 철기를 다루는 뛰어난 능력 덕분에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특히 탄소를 집어넣는 제련법은 가야의 특별한 기술로 평가된다.

 

가야테마파크
익사이팅 사이클

민속마을을 지나면 테마마크의 가장 예쁜 공간인 튤립 정원이 펼쳐진다. 꽃밭 속으로 들어가면 풍차를 배경으로 예쁜 커플샷을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높은 곳. 가야왕국 스토리가 좀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 있는데 걱정할 필요 없다. 짜릿한 익사이팅도 즐길 수 있어서다. 클라이밍과 게임이 만난 익사이팅 타워는 높이 15m로 72가지 챌린지 코스에 도전할 수 있다. 익사이팅 사이클이 가장 인기 많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선보인 시설로 높이 22m 와이어로프를 따라 자전거로 왕복하는데 스릴이 넘친다. 외줄 밑으로 펼쳐진 민속마을 등 테마마크 전경과 김해평야, 낙동강, 저 멀리 남해까지 탁 트인 전망을 짜릿하게 즐길 수 있다.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익사이팅 플라잉은 강심장들만 도전하길.

 

해은사
분산성

#노을 맛집 분산성에 올라 허황옥을 마주하다

 

가야테마파크 매표소를 지나 분성산 언덕을 오르면 10여분 만에 정상에 놓인 해은사(海恩寺)에 닿는다. 아주 작은 암자로 허황옥과 그녀의 오빠인 장유화상(허보옥)이 무사히 항해할 수 있도록 풍랑을 막아준 용왕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창건한 절이라는 얘기가 전해진다. 다른 절에는 볼 수 없는 전각 ‘대왕전’이 눈에 띄며 수로왕과 허황옥의 영정이 봉안돼 있다. 김해에는 가야 설화가 서린 사찰이 유난히 많은데 장유화상이 인도 남방불교를 최초로 전파하며 김해 명산마다 여러 사찰을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분산성

해은사를 내려서면 장엄한 분산성이 펼쳐진다. 둘레 923m, 폭 8m로 쌓은 성벽에 오르자 김해평야, 김해시내, 양동산성과 창원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에 가슴이 활짝 열린다. 이곳에 요즘 소셜네트워크에서 인기가 높은 곳이 ‘왕후의 노을’ 전망대. 금릉팔경 중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낙조를 자랑한다. 사실 이곳은 운명의 짝을 찾아 이역만리 타국의 땅으로 온 허황옥이 자주 찾던 곳.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질 때면 노을을 바라보면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왜군의 침입을 연기로 알리던 봉수대 앞에는 수백 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는 팽나무 두 그루가 운치를 더한다.

 

분산성

산성 안에는 고려 말기와 조선 말기에 성을 보수한 내력과 그들의 업적을 기리는 비석 4기가 있는 충의각, 거대한 자연 암벽에 ‘만장대(萬丈臺)’라는 쓴 흥선대원군의 친필 휘호도 남아있다.

 

분산성은 정확한 축조 시기를 알 수 없지만 허황옥 전설이 깃든 해은사가 있어 가야시대부터 축조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면 삼국시대는 물론 청동기 시대의 흔적도 발견됐다. 서북 30m 구간은 성곽이 무너진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역사의 숨결을 좀 더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산성을 따라 둘레길이 잘 조성돼 산책하기도 좋은 곳이다.

 

수로왕릉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따라가는 김해여행은 수로왕릉과 왕비릉에서 마무리한다. 높이 5m의 원형 봉토 무덤인 수로왕릉엔 석탑을 가운데 두고 두 마리의 물고기가 마주 보고 있는 문양(쌍어문)이 있다. 또 왼쪽 비석의 이수에는 태양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모두 인도에서 볼 수 있는 문양이다. 수로왕릉에서 북쪽으로 1㎞ 떨어진 곳에 수로왕비릉이 있다. 왕비릉을 수로왕릉보다 높은 언덕에 조성한 것이 독특하다. 원래 수로왕을 위한 자리였지만 왕비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수로왕이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명당을 내어 주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또 당시 왕비의 세력이 그만큼 강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수로왕비릉
파사석탑

허황옥은 수로왕과의 사이에서 왕자 열 명과 공주 두 명을 낳았고 그중 두 왕자에게 자신의 성씨를 물려줘 김해 허씨의 시조가 됐다. 수로왕비릉 앞쪽 파사각에는 허황옥이 바다를 건너올 때 싣고 온 돌탑, 파사석탑이 세워져 있다. 그냥 돌덩어리를 쌓아 놓은 모양인데 허황옥의 신비한 기운이 있다고 알려지자 사람들이 몰래 탑을 깨 조각을 가져가는 바람에 현재의 모습으로 남게 됐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수로왕릉정원

수로왕과 허황옥의 만남을 테마로 만든 수릉원도 요즘 산책하기 좋다. 구실잣밤나무, 상수리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감, 살구, 개복숭아 유실수와 인도와 불교를 상징하는 피나무 군락도 만난다. 여름에는 연못에서 옛 가야시대 습지에서 서식한 것으로 추측되는 가시연꽃이나 노랑어리연꽃도 피어올라 봄부터 단풍이 물드는 가을까지 피크닉 장소로 사랑받는 곳이다. 


김해=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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