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공차’ 줄고 승객 25~30% 늘어
주민 이동권 보장·지역경제 선순환
“요즘은 하루에 시내버스만 두세 번 타요.”
경북 청송군 주민 박영자(83·현동면)씨는 시내버스를 무료로 타며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 박씨는 “버스요금 걱정없이 버스를 탈 수 있으니 하루에 병원도 가고 장도 보러 나간다”며 “편안하게 버스를 이용하니 이것저것 할 일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경북 청송군은 올해 1월부터 전국 최초로 농어촌버스를 무료화했다. 낙후된 교통환경을 개선하고 주민 교통복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세종시가 시내버스 무료화를 추진하는 이유와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이용률이 높아졌다는 점에서는 세종시도 고무적이다.
청송군이 교통복지로 시내버스를 전면 무료화한 것은 지방소멸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청송군은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인구가 약 40%를 차지한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청송군이 인구유출 방지와 경제활동 선순환을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답지이다.
시골은 개인 승용차가 없으면 이동이 요원하다. 시내버스 배차간격은 길고, 이리저리 돌아가는 노선 때문에 시내버스 이용률은 높지 않다. 그러다 보니 승객없이 버스만 운행되는 공차 버스는 기초단체의 골칫거리가 됐다.
시내버스 무료화 시행 6개월째에 접어든 청송군은 일단 ‘합격점’이라고 평가했다.
청송군 관계자는 “지역 어르신들이 볼일 보러 나가거나 할 때 시간 맞춰서 아무 시내버스나 타도 되니 승객 이용률이 높아졌다”며 “시골이다 보니 읍내에서 먼 곳은 이용자가 거의 없어 승객이 한 명도 없이 버스만 운행하는 ‘공차 버스’도 많았는데 현재 공차버스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청송군에 따르면 겹치는 13개 노선은 과거 하루 이용객이 0.68명이었다. 이틀이나 사흘에 1명꼴로 탑승했던 것이다. 이들 노선은 현재 하루 이용객이 1∼2명이 됐다.
시내버스 무료화로 어르신들의 이동권이 보장되면서 활동량 증가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청송군 관계자는 “6개월째 접어들면서 이용객은 시행 전보다 25∼30% 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의 활동량이 늘면서 지역경제도 선순환하고 있다고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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