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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리더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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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20 22:00:00 수정 : 2023-06-20 21: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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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퀴어축제 싸고 市와 경찰 충돌
입시 등 대통령 즉흥적 대응도 문제
김종서의 역량 이끌어낸 세종처럼
지도층 ‘소통·경청의 리더십’ 배워야

언론사의 취재부서 부장은 업계에서는 데스크로 곧잘 불린다. 데스크의 임무는 편집국 회의에 참석해 그날의 의제를 논의하고, 지면 작성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장기자의 발제안을 취합하고 의견을 제시해 기사안을 만들고, 후배기자의 기사를 수정한다. 후배가 새롭게 취재부서의 데스크가 됐을 때 조언을 요청받은 적이 있다.

 

꽃을 매개로 짧게 이야기했다. 부원을 대하는 마음은 “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은 꽃은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부원의 능력발휘를 기다려줘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업무에 대해서는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이라는 시어를 꺼내들었다. 편집국장 등 선배에 대한 인식인 동시에,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보다는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박종현 사회2부 부장

일화를 굳이 꺼낸 이유는 있다. 요사이 부아를 치밀게 하는 기사들 때문이다. 먼저 대구퀴어문화축제 관련 기사다. 이 축제에서 대구시와 대구경찰청이 집단 몸싸움을 했다. 주최 측의 축제 주변도로 사용 여부를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충돌한 것이다. 14회 축제 때까지는 없었던 다툼이었다. 사전 조율을 통한 대응이 가능했을 터이지만, 국가기관들이 사실상 주먹다짐을 한 것이었다.

 

‘그들의 잘못된 문법’은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수시로 분출되는 장면이다. 최근엔 더욱 극단을 향해 가고 있다. 여야 정당은 서로를 향해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는 방사능 테러다’ ‘총체적 남국 민주당’ 등의 언사를 주고받고 있다.

 

시선을 대통령실과 정부로 돌려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면담에서 불거진 대입 수학능력시험 등 입시 관련 논란이 대표적이다. 난이도, 사교육, 공정성 등의 단어만 난무할 뿐 오래 준비된 제대로 된 문장이 보이지 않는다. 입시에서 학생들이 공정성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은 걷어찬 듯하다.

 

지자체·경찰청의 다툼, 대통령의 만기친람 접근법, 여야의 싸움은 ‘그들만의 미숙한 방식’을 드러낸다. 갈증을 느낄 국민에게는 ‘정치 오염수’로 다가온다. 난국이 따로 없다. 그래서 말한다. “당신들의 발언이 오염수고, 당신들의 즉흥적인 대응이 총체적 난국”이라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본인의 생각만을 우선에 두는 즉흥성은 문제를 키운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원칙으로 돌아가면 된다. 국민이 보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선사하는 즉자적 대응 대신에, 치열한 토론이 먼저다. 상대에게는 시간을 주고, 자신의 한계는 인정해야 한다.

 

여야만 해도 그렇다. 당장 야당은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고심의 행보로 평가할 수는 없는지 고민해 볼 수 있다. 여당은 야당의 ‘중국 외교활동’ 비판 대신에, 정부·여당으로서는 차마 못하는 ‘중국 관리’ 차원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는 야당의 오염수 비판을 대일 협상과정에서 활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지도자 혹은 여론주도층이라면 비판하는 이들까지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옛 출입처 수장의 발언이 생각난다. 언론이 그 출입처의 정책에 대해서 비판만 한다는 불만이 내부에서 제기되자, 그는 “우리 회사의 월급을 받는 내부의 ‘레드 팀’에서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을, 언론이 사전에 지적해주는 게 오히려 고맙다”며 “(나는) 비판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보너스라도 주고 싶다”고 했다.

 

기다림은 한가하다는 비판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가 전한 강의의 일부 내용을 언급한다.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교훈을 찾는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의 ‘조선 세종대왕과 김종서 장군에 대한 대목’이다. 김종서는 태종 재임 당시엔 두각은 고사하고, 곤장을 맞던 관리였다. 세종은 “경의 말이 아름답도다, 더 자세히 말해보라, 훌륭하도다. 경이 한번 해보라”라는 등의 말로 다가가고 기다리면서 김종서의 역량을 끌어냈다.

 

김종서는 이후 역사를 만들어냈다. 한수 이남에 고향을 둔 김종서는 두만강 인근에서 7년을 누비며, 고구려 이후 처음으로 백두산시대를 열었다. 세종의 용인술은 이외에도 숱하게 넘쳐난다. 2023년 정치인을 포함한 한국의 리더들에게 말한다. 모두가 세종이 될 수는 없지만, 세종에게서 배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박종현 사회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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