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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야생동물 지정 14년째… 줄지 않는 비둘기, 여전히 퇴치 중

, 이슈팀

입력 : 2023-08-11 12:00:00 수정 : 2023-08-11 10: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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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도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이지만 오물을 뒤집어 쓴 모습은 거부감이 들어요.”

 

서울시 은평구에 사는 원모(27)씨는 지난 5월 여의도 한강공원에 나들이를 갔다가 충격적인 모습을 보았다. 원씨는 “비둘기 5마리가 무리 지어 음식물을 버리는 곳에서 온몸에 오물을 묻힌 채 음식물을 먹고 있었다”며 “도심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지만 그 모습을 보니 혐오감이 들었다”고 손사래 쳤다.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수돗가에서 비둘기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걸을 때마다 목을 앞뒤로 움직이며 사람이 흘린 음식을 눈독 들이는 새가 있다. 비둘기다. 본래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는 국내에서 1960년대 이후 여러 행사에 등장하는 단골손님이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등 각종 대형 행사에 동원되곤 했던 비둘기는 엄청난 번식력으로 개체수가 증가해 도시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평화의 상징에서 혐오의 대상이 된 비둘기.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지 14년이 지나도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은 줄지 않고 있다.

 

◆비둘기 개체수 확인 어려워

 

환경부와 각 지자체는 집비둘기 관리 지역에 있는 개체수를 확인한다. 지자체가 민원을 받아 집비둘기 관리 지역을 선정하고, 해당 지역에 있는 개체수를 파악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자체에서 관리 대상 지역을 선정해도 개체수가 많아 파악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또 비둘기 개체수를 정확히 파악하기에 전담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8일 여의도 한강공원 쓰레기 처리함 위에 비둘기가 올라가 있다. 김지호 인턴기자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집비둘기 관리 지역에서 집계한 총 개체수는 ▲3만291마리(2015년) ▲2만8376마리(2016년) ▲3만6184마리(2017년)▲4만7268마리(2018년) ▲4만5383마리(2019년) ▲3만9170마리(2020년) ▲2만7589마리(2021년) ▲3만5967마리(2022년)로 2015년과 비교해 2022년 약 5000마리 증가했다.

 

환경부 담당자는 “전체 개체수를 알 수 없지만 관리 대상 지역을 선정해 그 지역 내에서 증감추세를 보였다”면서 “어느 정도 개체수가 유지되고 있는 수준으로 보였지만 지난해 조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개체수 줄이기 관련업무 살펴보니

 

환경부 ‘집비둘기 관련업무 지침’을 보면 먹이원 통제, 기피제 살포, 물리적 시설(접근방지시설 설치), 개체수 조절 등의 세부 관리 방법이 있다.

 

집비둘기 밀집 지역은 공원, 강가 산책로, 교량 하단 등이다. 공원을 걷다 보면 ‘비둘기가 스스로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현수막을 볼 수 있다. 환경부 주도하에 지자체별로 인위적인 먹이 제공과 먹이 판매 금지를 홍보하고 계도를 강화하고 있다. 또 먹이원이 될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 등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서울시 종로구가 설치한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 홍보 문안 예시. 환경부 제공

비둘기 분변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문화재 주변, 주택가 선반과 처마 등에 조류 기피제를 살포하거나 코팅하는 방법도 있다. 기피제 살포 시에는 주변 환경과 야생 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과도한 양이 살포되지 않게 하고 있다. 물리적 접근 방지 시설인 버드스파이크(조류퇴치침), 버드넷(방조망), 버드슬로프(경사거치대) 등을 설치해 피해가 우려되는 곳에 비둘기가 접근하지 못하게 예방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개체수 조절 방법에는 알 제거와 둥지터 관리, 직접 포획이 있다. 번식이 끝난 위치를 파악해 둥지를 제거한 뒤 접근방지시설을 설치한다. 알 제거는 포획행위이므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제23조에 따른 포획 허가 절차에 따라 이행하며, 포란 중인 알을 모형알로 대체해 2차 번식을 차단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직접 포획은 이 외에 다른 피해 억제 방법이 없을 때 시행한다. 민원 빈발 지역의 생활 피해를 줄이고 민원 완화, 문화재 보호, 멸종위기 종인 양비둘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환경부에 해외 사례 중 ‘불임사료’ 살포에 관해 질문에 환경부 관계자는 “불임사료에 대해서도 전문가들과 검토해봤다”며 “불임사료 효과가 나타나려면 제한된 지역에 사는 개체가 반복해서 먹어야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험적으로 가둬놓은 비둘기한테 효과가 있었지만 야생 개체에게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공개된 곳에서 불임사료를 주기 때문에 양비둘기처럼 보호종으로 지정된 동물이 먹을 수도 있다”며 “보호종 뿐만 아니라 다른 야생동물이 먹었을 때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고 전했다.

 

청담대교 뚝섬유원지 구간 교량 하부에 설치된 비둘기 방지시설. 서울시설공단 제공

◆비둘기 관련 민원은 증가

 

지난해 집비둘기 관련 민원은 총 2818건이었다. 이는 2021년보다 500건 늘어난 수치였다. 환경부는 2009년 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고,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비둘기에 의해 피해받는 시민은 여전히 있고, 비둘기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에 사는 김모(56)씨는 주차된 차와 아파트 실외기에 떨어진 비둘기 분변을 보면 깜짝 놀란다. 김씨는 “차량에 떨어진 분변을 나중에 발견하면 치우기도 어렵고, 산성인 비둘기 분변에 차가 부식된다고 들었다”며 “실외기에도 비둘기가 자주 앉고, 깃털과 분변이 날려 접근하지 못하게 접근방치 시설물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종합한 비둘기 관련 민원 추이는 ▲1129건(2015년) ▲1366건(2016년) ▲1517건(2017년) ▲1931건(2018년) ▲2301건(2019년) ▲2687건(2020년)으로 증가추세를 보인다.

 

환경부가 제공한 비둘기 관련 민원은 2015년부터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5년 1129건이던 민원이 지난해 2818건을 기록하며 2배 이상 증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둘기에 의해 피해받는 분들의 민원도 많지만, 비둘기에게 먹이 주기를 왜 못하게 하냐는 민원도 있다”며 “서로 다른 의견이 상충하면서 관련 민원도 증가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지호 인턴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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