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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금동관음보살좌상’, 결국 일본 손에

입력 : 2023-10-26 20:20:00 수정 : 2023-10-26 21: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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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소송전 끝에… 대법, 日 소유권 인정

2012년 절도범이 日서 국내 반입
부석사 “고려 때 약탈당한 것” 소송
1심 “부석사 소유”… 2심선 패소
대법 “日 민법상 취득시효 완성”

“법원이 약탈 합법화” 반발 일어
日정부 “韓에 조기반환 요구 방침”

일본 쓰시마(對馬) 섬의 사찰 간논지(觀音寺)에 있다가 절도범에 의해 국내로 들어온 고려시대 불상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이 7년의 소송전 끝에 일본 것으로 귀결됐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26일 충남 서산의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금동관음보살좌상 인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불상이 고려 시대에 약탈돼 일본으로 불법 반출됐을 개연성이 있더라도, 취득시효가 완성돼 소유권이 넘어갔다는 취지다.

26일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의 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대법원의 일본 측 승소 판결로 마무리 된 가운데 충남 서산시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이 경내에 전시된 불상의 사진을 바라보며 서산 부석사의 소유인 점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대법원은 “옛 섭외사법(현 국제사법) 제12조에 따라 피고 보조참가인(일본 종교법인 간논지)의 취득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하는 준거법인 일본 민법에 의하면, 피고 보조참가인이 불상을 시효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원고(부석사)는 소유권을 상실했다”면서 원심 판결 결론이 정당한 것으로 보고 부석사 상고를 기각했다.

 

이어 “피고 보조참가인이 법인격을 취득한 1953년 1월26일부터 2012년 10월6일경 절도범에 의해 이 사건 불상을 절취당하기 전까지 계속하여 이 사건 불상을 점유했다”며 “간논지는 취득시효가 완성된 1973년 1월26일 당시 일본국 민법에 따라 이 사건 불상의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불상이 고려 시대 왜구에 약탈당해 불법으로 반출됐을 개연성이 있다거나 우리나라 문화재라는 사정만으로 이러한 취득시효 법리를 깰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금동관음보살좌상. 연합뉴스

이 사건에 적용된 일본의 옛 민법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는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정한다.

 

금동관음보살좌상은 고려시대 부석사에서 만들어졌다. 1951년 불상 속 복장유물에서 ‘1330년 2월 서주 부석사에 관음상을 만든다’는 문구가 발견됐다. 서주는 충남 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이다. ‘고려사’는 ‘1352~1381년 왜구가 서주 일대를 다섯 차례 침략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서산 부석사는 14세기 후반 왜구가 이 불상을 약탈해간 것으로 보고, 2016년 4월 국가를 상대로 ‘유체동산 인도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불교계 역시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이라는 점을 들어 부석사의 소유권 주장에 힘을 실어 왔다.

 

2017년 1월 1심에서는 ‘왜구가 약탈 등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옳다’며 부석사 측 손을 들어줬다. 지난 2월 2심은 “서산 부석사와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가 동일한 곳인지 입증되지 않았고 60년간 평온·공연하게 불상을 점유해온 사실이 인정돼 소유권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일본 측 소유권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서산 부석사와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는 동일한 곳이라는 것이 인정된다”면서도 “약탈당한 우리나라 문화재라 할지라도 취득시효 관련 법리를 깰 수는 없다”며 불상 소유권이 일본 측에 있다고 봤다.

부석사 전 주지인 원우 스님은 “대법원이 약탈을 앞장서서 합법화했다. 전 세계에 내놔도 부끄러운 패륜적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이상근 부석사불상봉안위원회 상임대표도 “약탈품의 시효취득을 인정한, 이해가 안 가는 판결”이라며 “악의적 점유의 시효취득을 인정하지 않는 게 국제적인 판례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판결을 존중한다”며 “앞으로의 반환 절차 등과 관련해서는 관련된 법령에 따라서 우리 유관기관에서 결정해 나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조기 반환을 위해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라이 히데키(村井英樹) 일본 관방 부(副)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불상이 간논지에 조기 반환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를 설득하고 간논지를 포함한 관계자들과 연락해 적절하게 대응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성 선임기자, 박진영·홍주형 기자,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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