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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잠수함에 맞설 한국 비장의 무기 ‘기동함대’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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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13 07:52:39 수정 : 2023-12-13 15: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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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주변 바다를 둘러싼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몰두하던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잠수함 ‘김군옥영웅함’과 순항미사일을 쏘는 신형 경비함, 고속정 등을 선보이며 해군력에 대한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첨단 함정 건조를 지속하는 한국은 2020년대 중반을 계기로 해군력의 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국방부는 12일 발표한 ‘2024~2028 국방중기계획’에서 해군 이지스함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동함대사령부 창설 방침을 밝혔다.

 

기동함대사령부는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를 쓰는 ‘바다의 성채’로서 북한의 해상 도발 저지에 투입될 전망이다. 하지만 해상 기반 3축 체계의 운용방안과 효용성 등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해군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율곡 이이함(왼쪽)과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최영함이 나란히 정박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지스함 등 주력함정 총집합

 

오는 2025년 창설될 기동함대사령부는 제주 해군기지에 주둔하는 7기동전단을 확대 개편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해군은 작전사령부(중장급) 예하에 소장이 사령관을 맡는 1·2·3함대, 잠수함사령부, 항공사령부를 두고 있다. 

 

소장보다 한 계급 아래인 준장이 지휘하는 전단급 부대는 5전단(기뢰전·상륙전), 8전단(훈련), 특수전전단, 해양정보단이 있다.

 

7전단도 준장이 지휘하지만, 그 비중은 차원이 다르다. 해상 기동작전과 대북 대비태세 유지 등의 핵심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다.

 

해군 관계자가 제주해군기지에 설치된 제7기동전단 팻말을 만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역사는 10여년에 불과하지만 해군참모총장을 2명(심승섭, 김정수)이나 배출할 정도로 위상이 높은 이유다.

 

7전단이 이끄는 71·72 기동전대는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3척과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6척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0년대 이후 해군이 확보한 최신 구축함이 집결한 셈이다. 77기동군수전대는 군수지원함을 운용한다.

 

기동함대사령부는 기존 7전단에 73 기동전대가 추가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함대사령관은 소장이 맡을 예정이다.

 

다만 현재 해군 제독 정원과 규정 등을 감안하면, 해군 중장이 맡는 해군 교육사령관 등 해군 내 제독 직위나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처럼 합동부대 내 해군 직위를 조정하는 작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은 2020년대 중반에 정조대왕급 이지스구축함 3척이 실전배치되는 것과 맞물리는 모양새다.

 

정조대왕급 구축함 3척이 전력화되면 해군 구축함은 모두 12척이 된다. 4척씩 3개 기동전대를 구성함으로써 해상 대(對) 탄도미사일 작전과 기동작전 등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기동함대사령부의 전투력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7월 1번함 정조대왕함이 진수된 정조대왕급은 기존 세종대왕급보다 성능이 월등히 향상된 이지스함이다.

 

세종대왕급은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능력만 갖추고 있다. 반면 정조대왕급은 SM-6 함대공미사일을 탑재, 고도 34㎞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SM-3 함대공미사일을 운용하면 고도 90㎞ 이상에서도 대응이 가능하다.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적외선 탐지·추적장비, 전자광학추적장비 등을 갖춘 덕분에 미사일 대응 능력은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개발한 통합소나체계를 사용해 잠수함 탐지 거리는 3배 이상 향상됐다.

 

가장 큰 차이점은 지상 공격력이다. 세종대왕급은 해성-Ⅱ 함대지 순항미사일을 탑재했다.

 

해군의 신형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에 설치된 장비들. 방위사업청 제공

순항미사일은 지상 표적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 반면 파괴력이 약해서 강화콘크리트 등으로 만든 시설을 무력화하는데 한계가 있고, 속도가 느려 대공포에 격추될 위험도 있다.

 

이같은 문제로 인해 군함에 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방안이 미국, 중국 등에서 시도되는 모양새다. 탄도미사일은 파괴력이 순항미사일보다 훨씬 크고, 요격도 쉽지 않다.

 

정조대왕급도 현무 탄도미사일을 운용한다.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현무-Ⅳ-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는 500㎞, 탄두중량 1t짜리 미사일로 전해진다.

 

잠수함에서 SLBM을 쏘려면, 함체가 흔들리지 않은 채 안정적인 평형을 유지해야 한다. 좁은 공간에서도 폭발 등이 발생하지 않으며, 발사시 고온과 고압의 가스를 견뎌내는 발사 체계도 필수다.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에서 검증된 SLBM이라면, 이지스함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이지스함 외에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도 기동함대사령부의 주축으로 활동하게 된다. 다만 2000년대 취역한 함정으로서 노후화됐다는 점에서 성능개량을 거치게 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12월 제14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의 전투체계, 예인선배열음탐기 및 유도탄조사기를 2033년까지 6730억원을 들여 교체하기로 했다. 

 

해군 군수지원함 천지함이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기존 전투체계는 영국산 BAeSEMA SSCS MK7을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에 적용한 버전에 대공·대잠전 능력을 강화한 SYQ-500K modII KDCOM2 체계다.

 

도입 당시에는 우수한 체계였으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셧다운이 잦아지는 등 문제가 심각해졌다. 하지만 전투체계 소프트웨어 원천기술을 한국 해군이 갖고 있지 않아 정확한 원인 파악이 어려웠다. 

 

이에 해군은 노후된 전투체계를 국내개발하여 대체할 방침이다.

 

잠수함을 탐지하는 예인선배열음탐기는 기존보다 성능이 향상된 국내제품으로 교체, 미사일을 유도하는 기능을 지닌 유도탄조사기는 해외에서 새로 들여올 예정이다. 

 

◆공격은 효과 있으나 방어는 불확실

 

정조대왕급 이지스함의 취역을 계기로 확대 개편될 해군 기동함대사령부는 해상기동작전과 더불어 해군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의 모든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북한 내 주요 표적 타격을 맡을 탄도미사일, 북한 미사일을 탐지·추적·요격할 방어체계가 그것이다.

 

다만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의 모든 요소가 효과가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북한 내륙 지역을 타격하는 공격력은 효용성이 충분히 있다.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띄운 북한이 위성 발사를 지속하면 독자적으로 위성 영상정보를 수집·분석할 여건을 갖추게 된다.

 

영상의 해상도는 낮지만, 특정 지역에 있는 현무-Ⅱ·Ⅲ 미사일 기지나 공군기지 등의 상황은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이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선제 타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셈이다.

 

해군 이지스함 서애류성룡함이 함포를 쏘고 있다. 해군 제공

지상의 미사일 기지가 선제공격을 받으면, 한국군도 반격을 감행해야 한다. 이때 북한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 떠 있는 군함에서 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은 반격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북한이 잠수함이나 지대함미사일 등으로 이지스함을 공격하려 해도 강력한 방공망과 대잠수함 작전능력을 갖춘 이지스함의 방어태세를 뚫는 것은 쉽지 않다.

 

반면 미사일 방어 측면에선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미 해군의 해상 미사일방어체계는 중국 또는 러시아가 미 본토로 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태평양 상공에서 미리 격추하는 것을 추구했다. 

 

따라서 고고도 요격능력이 요구됐고, SM-3에 이지스함을 결합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한국은 어떨까. 미국과는 위협의 형태가 다르다. 북한 내륙에서 남한 내륙으로 날아가는 미사일 대응은 육군과 공군 몫이다.

 

북한이 내륙에서 한국 해군 기동함대를 노리고 대함탄도미사일(ASBM)을 쏜다면, 기동함대의 이지스함이 요격해야 한다.

 

다만 정찰능력이 매우 뒤떨어지는 북한이 ASBM을 정확하게 유도할 방법을 갖지는 못했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남은 가능성은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한국 해안 지대 또는 일본 소재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에 낙하할 때다.

 

해군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강감찬함에서 SM-2 함대공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해군 제공

한국 해안에 떨어진다면, 이지스함이 탐지·추적해서 SM-6로 격추할 수는 있다. 대신 이지스함의 대잠수함 및 대함 전투능력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다.

 

SM-3를 탑재할 경우에는 더욱 쉽지 않다. SM-3의 최저 요격고도는 90㎝인데,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은 낮은 고도로 회피기동을 하면서 날아온다. SM-3가 요격에 나설 기회를 잡는 것도 쉽지 않다.

 

남은 것은 유엔사 후방기지 방어다.  SM-3와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춘 기동함대로 유엔사 후방기지를 지킨다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한국 내 미사일 방어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미·일에 대한 방어작전은 정치적·외교적 파장 또한 큰 사안이다.

 

한반도 일대 바깥으로 날아가는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대응은 범정부적 차원의 외교 문제를 수반하는 중대 사안이다.

 

한·미·일 3국이 사전에 면밀하게 협의를 진행해 북한 탄도미사일 대응 작전에서 3국의 역할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것이 필수다. 이에 앞서 정부 차원의 정치적·외교적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따져볼 변수도 많다.

 

따라서 기동함대사령부는 한반도 유사시 북한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을 찾아내 격침시키고, 탄도미사일을 북한 내륙을 쏘는 등의 공격적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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