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 젊은이들이 서울을 다녀온 뒤 느끼는 일종의 향수병인 ‘서울병’(首爾病)이 화제다. 한류 콘텐츠를 좇아 서울 나들이나 체류를 하고 돌아간 중국 MZ세대들이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수’에 ‘서울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여행지였다’, ‘서울에서의 매 순간을 떠올리면 행복으로 가득하다’, ‘한강에 다녀오면 서울병에 걸린다’, ‘한국을 떠날 때 비행기 안에서 울었다’ 등의 글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중국판 틱톡(더우인)에서 ‘서울병이 더 심해졌다’는 제목의 영상은 100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한 중국 관광객은 “서울은 나에게 유토피아로, 서울병은 단순한 병이 아니라 심리적 금단 반응에 가깝다”고 썼다.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주고, 숙소를 찾지 못했을 때는 낯선 젊은이들이 함께 동네를 헤매며 도와줬다는 경험담도 공유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K팝 아이돌 공연, 서울의 화려한 야경과 깨끗한 한강, 고즈넉한 골목길 등 한국에서 각자 경험한 것들에 푹 빠져, 돌아간 일상이 밋밋하고 공허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단순한 여행의 기억을 넘어, ‘치유와 자유의 순간’으로 각인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중국 MZ세대가 서울에서 느낀 자유, 친절은 우리가 잊고 있던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
중국 언론들도 주목했다. 시사주간지 남방주말은 “서울병은 단순한 여행 후유증이 아니라, 귀국 후 일상과 대비되는 심리적 공백”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K팝·드라마·영화 등 한류 콘텐츠가 중국 젊은이들의 방한 욕구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텐센트뉴스는 지하철 금연 문화, 여성 귀가 서비스,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 시스템 등을 배경으로 이 현상을 진단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312만명이 넘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8%나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오는 29일부터 내년 6월까지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허용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 명동에서 극우 성향 단체들의 ‘혐중 집회’로 상인과 관광객이 불편을 겪는 일이 벌어져 우려스럽다. 국익을 생각한다면 이런 ‘자해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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