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으로서 대표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캡틴’ 손흥민(토트넘)에게 남은 숙원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타이틀이었다. 손흥민은 2011 카타르 아시안컵 3위,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선 8강에 머물며 우승과는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았다.
네 번째 도전에 나서며 아시안컵 트로피를 정조준한 손흥민은 끝내 결승 문턱에서 요르단에게 완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유효 슈팅 0회의 졸전이었다. 손흥민은 “너무 죄송하다”면서도 “클린스만 감독님이 질책받는 것이 안타깝다. 팀을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클린스만 감독을 감쌌다.
한국은 7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호주와 8강전 모두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은 대표팀은 결승행을 노렸으나 졸전 끝에 요르단의 벽에 막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의 한국은 87위의 요르단에게 경기력에서 완벽하게 밀렸다.
클린스만호는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한 ‘괴물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공백을 실감하며 상대 역습에 연속으로 실점했다. 유효슈팅은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한국 축구의 간판이자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직후 아쉬움 속에 한동안 그라운드에 우두커니 섰다. 동료, 감독, 코치진들의 위로가 이어졌지만, 멍하게 그라운드만 바라봤다. 무겁게 발걸음을 옮겨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한 손흥민은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너무 죄송하다”며 “늦은 시간까지 말도 안 되는 성원을 보내주셨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너무나도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퇴근길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모습을 드러낸 손흥민은 눈물을 보이진 않았으나 침울한 표정이었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 체제로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믿는지 묻는 말에 “내가 앞으로 대표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감독님께서 저를 더는 생각 안 하실 수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손흥민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을 옹호했다. 손흥민은 “감독님 입장에서는 분명히 많은 분이 비판하시고 하셔야 하시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감독님이 질책받는 거에 있어서 저는 좀 너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토너먼트 하기 전부터 감독님에 대한 시선이 너무나도 안 좋았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받는 부담감도 분명히 정말 많으셨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잘 이겨내셨고, 또 선수들을 챙기는 데 있어서 정말 티도 하나도 안 내시고 정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시는 모습에 있어서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손흥민은 “앞으로 감독님은 분명히 이런 계기를 통해서 더 단단해지실 것”이라면서 “대표팀에서 1년 정도 하셨는데, 한국에 돌아가셔서 더 많은 분석을 하실 거다. 더 단단한 팀을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고 지지했다.
손흥민은 끝으로 팬들에게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는 “내가 너무 부족했고, 팀을 이끄는 데 있어서 많은 부족함을 느꼈던 대회였다”며 “많은 선수의 희생, 헌신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저희가 원하는 성적을 가져오지 못해서 너무나도 선수들한테 미안하고 또 저희 팬분들한테 또 대한민국 국민분들한테 너무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이 준결승 패배로 인해서 저희 지금 선수들이 참 크게 실망하고 힘들어하고 있을 텐데 나를 질책해 주시길 바란다. 저희 선수들은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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