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대통령이 총 세 차례의 임기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헌법이 바뀌었다. 이른바 ‘3선개헌’이다. 이로써 1963년 처음 당선된 박정희 대통령은 1967년 재선을 거쳐 1971년 3선에도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야당은 당연히 반발했고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당시 20대 후반의 팔팔한 재선의원이던 이만섭 전 국회의장(2015년 작고)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 전 의장은 생전에 펴낸 회고록 ‘정치는 가슴으로’에서 당시 박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각하께서 후계자에게 4년간 맡긴 뒤 4년 후에 다시 정권을 잡으시면 되잖습니까?”(이만섭) “대통령이 된 사람이 자기 조직을 짜고 군대까지 장악할 텐데 4년 후 내놓을 사람이 있겠어.”(박정희)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대목이다. 물론 장기집권 실현 가능성만 놓고 보면 박 대통령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전 의장과 똑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2000년 처음 당선된 푸틴은 2004년 재선에 성공했다. 3선을 금지한 당시 러시아 헌법에 따라 푸틴은 2008년 물러났다. 푸틴의 핵심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2008∼2012년 러시아 대통령을 지냈다. 그 기간 푸틴은 총리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메드베데프는 허수아비일 뿐 실세는 푸틴이었다.
2012년 남에게 잠시 맡긴 대통령직을 되찾은 푸틴은 헌법부터 고쳤다.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고 연임 제한 규정도 무력화했다. 15일부터 사흘간 실시되는 대선에 또 출마한 푸틴의 지지율이 80%를 웃돈다니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다. 이 여세를 몰아 2030년 대선에도 재도전하면 2036년까지 집권한다. 대통령직에만 30년 넘게 머무는 셈이다. 현대판 ‘차르’(황제)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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