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전국 16개 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을 결의한 것은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밝혔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전날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15일) 전국의대교수 비대위 2차 총회에 20개 의대 비대위원장이 참여해 그중 16개 대학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고, 나머지 4개 대학은 의견을 수집하는 중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사직서 제출, 환자 버리는 것 아냐”
방 비대위원장은 특히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환자를 버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도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국민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사직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환자의 진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특히 응급실과 중환자실진료는 할 수 있는 선까지 최선을 다해서 사직서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의대별로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오는 22일 회의를 열어 논의할 계획이다.
방 비대위원장은 “교수들이 손가락질받으면서까지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은 어떻게든 이 사태를 빨리 해결해보려는 의지”라며 “정부가 제일 먼저 ‘2000명 증원’을 풀어주셔야 합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의료 파국을 막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 장기간 지속되는 커다란 타격을 줄 것이며, 젊은 의사들 마음의 상처는 오래도록 아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국민 여러분의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며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수 집단사직, 대화·토론의 장 위한 고육지책”
방 비대위원장은 아울러 “학교와 병원을 떠난다는 결정을 발표하는 마음은 무겁고 참담하다”며 “하지만 이런 결정은 필수의료를 살리고 더 좋은 방향으로 의료를 바꾸어 나가는,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만들기 위한 저희 전문가들의 고육지책”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어떻게든 이 사태를 빨리 끝내는 것만이 무너져가는 필수 의료를 살리고 앞으로 발생할 국민의 더 큰 피해를 줄이는 길이라고 믿는다”며 “정부와 의사 단체 모두 우리의 절박한 외침에 귀를 기울여 한 발씩만 양보함으로써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방 비대위원장은 다만 ‘사직 전공의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계속 시도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고, 정부와의 대화에 대해선 “전국의대교수 비대위 쪽으로 정부에서 연락이 온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비대위 회의에는 40개 의대 중 강원대·건국대·건양대·계명대·경상대·단국대·대구가톨릭대(서면 제출)·부산대·서울대·아주대·연세대·울산대·원광대·이화여대·인제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한양대 등 20개대학의 의대가 참여했다. 이들 중 사직서 제출을 결정하지 않은 4개 대학은 이번주에 설문조사를 진행해 이를 토대로 사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직서 제출을 결정한 의대의 설문 결과에서는 집단 사직에 동의하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찬성률이 가장 낮은 의대가 73.5%, 가장 높은 곳은 9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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