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용의자 등 관련자 11명 검거
IS “우리 소행”… 푸틴 “우크라 연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도심 외곽의 대형 공연장 건물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 테러와 화재로 143명(러시아 매체 발표, 23일 기준)이 사망하는 등 2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건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지만 러시아는 사건이 우크라이나와 연관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CNN 등 외신과 리아노보스티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저녁 록그룹 피크닉의 공연이 예정돼 있던 모스크바 북서부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한 무리의 무장 괴한이 침입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다. 이후 화염이 치솟았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이 사건 관련자 총 1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조사위원회는 핵심 용의자 4명이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브랸스크에서 검거됐다고 설명했다. 브랸스크는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로 가는 길목이다. 조사위원회는 이날 오후 현재 사망자가 최소 133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IS 측은 테러 발생 직후 테러를 감행하는 모습이 담긴 90초 길이의 영상을 공개해 자신들의 소행임을 공개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23일 TV 연설에서 “(용의자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며 우크라이나와의 연관 가능성을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에 대해 “푸틴과 다른 인간쓰레기들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군 정보기관은 러시아 당국의 자작극일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사건 발생 직후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나 우크라이나인이 연루돼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테러는 푸틴 대통령이 5선에 성공한 지 며칠 뒤에 발생했다.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동시에 3년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통해 국내 여론을 결집해 확전의 동력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이 테러 관련 정보를 러시아에 알렸지만, 푸틴 대통령이 이를 무시해 최악의 테러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정부는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발생한 끔찍한 테러 공격의 희생자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러시아 국민과 슬픔을 함께 한다”며 “신속한 조사를 통해 이 사건의 배후가 명백히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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