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은 젊은 의사(전공의·의대생)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독단적인 ‘밀실 결정’이다.”
침묵으로 일관해온 박 비대위원장이 4일 윤 대통령과 전격 회동한 것을 두고 전공의들 사이에서 “독단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4일 성명을 내고 “박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비공개로 먼저 요청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밀실 결정에 이은 밀실 만남”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류옥씨는 “젊은 의사의 여론은 의대증원·필수의료패키지 백지화, 복지부 장·차관 경질,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필수의료수가·사법리스크 해결 등에 대해 정부가 ‘신뢰할 만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대화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이 이에 대한 조치를 보장받지 않은 채 대화에 나선 것을 지적한 것이다.
박 비대위원장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류옥씨는 “전공의들은 사직했기 때문에 박단은 전공의 협회의 대표나 비대위원장이 아니다. 한명의 전공의일 뿐”이라며 “대다수의 전공의는 ‘대표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비대위와 상의해 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류옥씨는 비대위의 구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대전협 비대위는 선출된 적 없고 박 비대위원장의 지명으로 임명됐다”며 “(전공의) 대부분의 여론에서 동떨어졌을 뿐 아니라 저연차의 의견은 거의 배제됐다”고 말했다.
류옥씨는 “총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그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며 “의료는 선거 때마다 호떡 뒤집듯 결정할 일이 아니라 백년지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젊은 의사들은 ‘기습합의’라는 2020년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2020년에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섰는데, 당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책추진·파업중단에 기습합의하고 대전협 비대위원장이었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단체행동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태가 일단락된 바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