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생 무대 올라 “책임감 막중”
문화예술인들 위해 목소리 내겠다”
MB·박근혜 지지하다 민주 입당 경력
“당시 정치 무관심, 불러주면 가서 노래”
“의원보다 일반인에 더 가깝다고 생각
이 마음 잊지 않고 의정활동 임하겠다”
1998년 노래 ‘눈물’로 인기를 끌었던 가수 리아가 이제는 사람들의 눈물을 거둬들이겠다며 다시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무대는 국회다. 가수가 아니라 국회의원 김재원으로서 새로운 막을 시작한 그는 “공부할 내용도 많고, 오래 유지해온 밤낮이 뒤바뀐 생활도 돌려놓아야 하고 기쁘기보다는 책임감이 막중하다”면서도 “본질적인 양심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대로 제게 주어진 도구(입법권)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조국혁신당 비례후보 7번에 올라 22대 국회에 비례대표 의원으로 입성하게 된 김 의원을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김 의원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을 때 당선 소식도, 소속당도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김 의원 역시 조국 대표와 인연이 전무해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김 의원은 “3월 초 어느 토요일 밤에 느타리버섯을 볶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 ‘안녕하세요 조국입니다’ 그랬다”고 전했다. ‘여러 사람이 추천해주셔서 전문가로 영입을 하려고 하는데 월요일에 오시겠습니까’라고 물어 얼떨떨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밤새 고민한 끝에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해 입당하기로 결정했다”며 “바로 일요일에 옷을 사러 갔다”고 웃었다. 조 대표는 김 의원이 저작권법으로 석사 학위를 딴 점 등을 고려해 그를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로 영입했다고 한다.
당선 후 김 의원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주목받으며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당원으로 가입하고 현재 조국혁신당에 입당한 정치적 노선이 의아하다는 시선도 있었다. “당시에는 정치에 아무 관심도 없었고 누가 일 있다고 불러주면 가서 노래하고 그랬다”던 김 의원이 민주당 당원으로 가입한 때는 2017년이다.
박근혜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이 알려지면서 문화예술인 탄압과 검열에 반대하고자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 김 의원은 “정부의 블랙리스트가 드러나면서 ‘정치에 이렇게 무관심해서는 안되는구나’를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후에는 ‘광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본격적으로 사회 운동에 뛰어든 기간이다. 유기견 봉사활동을 가거나 폐그물을 수거하는 바다정화 활동,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집회 등에 참여했다.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뒤에는 유족과 추모객에게 음료수를 나눠주는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가수로서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가던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까지 발생하면서 공연 기회는 점차 사라졌고, 모아뒀던 돈은 바닥났다. 결국 지난 2월 초 그는 민주당을 탈당하고 생계에 집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동물미용가게를 차릴 준비 중이던 어느 날 조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은 게 본격적인 정치 입문 시작이다.
김 의원은 “제가 노래로 크게 사랑받아보기도, 바닥으로 돈까지 다 떨어져보기도 하지 않았느냐”며 “특수고용,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 문화예술인들은 일이 띄엄띄엄 있어 갑자기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고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거나 임신·출산이라도 하면 또 일이 아예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키고 사대보험 등의 보장 범위를 확장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첫 번째로 준비하는 법안도 블랙리스트방지법이다. 그는 “국민이 보장받아야 할 사회권에는 문화적 권리도 포함된다”며 “민주주의사회에서 자유롭게 사고하고 정치적인 지향을 택할 수 있어야지 문화예술을 정치적으로 교묘하게 탄압하고 제한하는 행태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병아리 정치인’이라 칭하던 그는 “스스로 의원으로 완전히 길든 사람이기보다는 일반인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이 마음을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민을 대변해서이자, 제 생각이기도 한 목소리를 내는 일반인으로서는 변함이 없지만 그저 법을 만들 수 있는 ‘묠니르’(북유럽신화에 나오는 번개신인 토르가 사용하는 망치)가 쥐어졌을 뿐”이라며 “언제까지나 일반 국민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상식의 범위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대중에게 본명 김재원보다는 가수 예명인 리아가 더 익숙하게 알려진 김 의원은 “‘리아 의원’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꽤 계신데 뭐라고 부르든 호칭은 상관없다”며 “호칭보다는 그 사람이 하는 일과 존재 이유가 중요한 만큼 여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가수 때 얻은 별명 ‘삭발의 디바’가 아닌 새롭게 원하는 수식어가 있는지 묻자 김 의원은 “강하고 선명하고 현장에서 할 일을 제대로 찾아서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회적으로 필요하거나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노래는 부를 마음이 있다면서도 그는 새 직업인으로서 열정을 보였다.
“히트곡 ‘눈물’로 사랑을 받았으니까 이제는 눈물 흘리는 분들 닦아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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