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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부담 본격화… 노인 기준 재정립 등 체계 전환 시급 [고령자 1000만명 시대]

입력 : 2024-07-11 19:02:06 수정 : 2024-07-12 00: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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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진입 초읽기

85세 이상 102만명·치매노인 100만명
진료비 등 사회·경제적 비용 급증 추세

2023년 산재 승인 사망자 절반 60세 이상
자영업 3명 중 1명 환갑 넘어 역대 최다
정년 현 60세서 연장 목소리 날로 커져

“세대·지역 간 양극화와 갈등 증폭 우려
고령화 대응 원칙 먼저 세우는 게 급선무”

노인복지법상 ‘노인’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이라는 건 전통적 관점으로 보면 일할 사람은 줄고 부양 대상은 늘었다는 의미이다. 인구 고령화는 연금 문제, 노동력 부족 등 사회 갈등을 야기한다.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100세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고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커진 만큼, 노인의 기준을 재정립하고, 정년 연장 등 사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탑골공원 북적이는 노인들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1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1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1000만62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 5126만9012명의 19.51%를 차지했다.

 

정부가 3월에 발표한 ‘어르신 1000만 시대,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대책’ 자료에 따르면 노인 인구 증가로 진료비 상승 등 사회·경제적 비용은 급증할 전망이다. 올해 85세 이상 인구가 102만명이고, 독거노인과 치매노인도 각각 199만명과 100만명으로 노인 돌봄 부담이 커지고 있다. 2020년 83.5세였던 기대수명이 2050년 88.6세를 거쳐 2070년엔 90.9세로 증가하면서 치료와 요양, 치매관리 등 복합적 서비스 수요도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노인 인구 증가가 세대 갈등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수급자가 많아져 2055년이면 국민연금 재정이 바닥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피부양 인구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 압박도 커질 수 있다. 노인 빈곤이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용만 느는 건 아니다. 노동력 부족 속에 이미 고령 노동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이미 환갑이 넘었다. 지난해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전년보다 7만4000명 증가한 207만3000명을 기록했다. 전체 자영업자(568만9000명) 중 60세 이상이 36.4%로 역대 가장 높았다.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구직자가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현재 60세인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질 전망이다. 정년 연장은 올해 주요기업들의 임금 및 단체협상 쟁점 중 하나인데, 현대자동차 노사는 정년 연장 개선 방안을 내년 상반기 계속 논의하기로 하면서, 기술직(생산직) 촉탁계약 기한을 1년 추가했다. 촉탁계약직은 정년퇴직한 조합원을 신입사원과 비슷한 임금을 지급하고 재고용하는 것인데, 기한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면서 사실상 정년을 62세까지 늘렸다. 다른 대기업 노조들도 63∼65세까지의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일자리 정책이 내실 있게 재설계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년이 지난 직원을 계속고용하는 중소·중견기업 사업주에게 근로자 1명당 분기별 90만원을 지원하는 계속고용장려금이 대표적이다. 올해 지원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지만 수혜 인원은 오히려 15% 줄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대기업은 자동화를 택하고, 중소기업은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다 보니 60세 이상 근로자들이 계속 일하긴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받아들이는 단기 대책보다 “고령 노동자 활용 중심으로 정책이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한 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고령 노동 증가에 따른 사고 대책도 필요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보상이 승인된 재해 사망자 2016명 가운데 60세 이상은 1051명(52.1%)으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이는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늘었기 때문인데, 전체 취업자 중 60세 이상 비율은 2013년 12.9%에서 지난해 21.9%로 증가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고령 취업자들의 산업재해 및 사망 만인율을 감소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고령화를 단순히 경제적 관점이 아닌 새로운 체제 전환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세대 및 지역 간 양극화와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청년 인구가 줄면 수도권 쏠림이 더 심해져 지역 격차가 커질 것”이라며 “산업 분야도 혁신성이 떨어지는 외식업, 숙박업, 돌봄업종 등 일자리 질이 나빠져 소득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노인 복지가 필요 이상 강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어떤 원칙으로 고령화에 대응할지 원칙을 먼저 세우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정재영·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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