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파 배우 박성웅·최원영·문정희·박효주 출연
박성웅 “건달 등 센 이미지 배우로 알려진 나를 제대로 알아봐 준 작품이라 고마워”
“나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출연 작품이 영화 ‘신세계’와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아니라 연극 ‘랑데부’였으면 좋겠어요. 저에겐 그 정도로 와닿는 작품입니다.”
영화나 TV드라마에서 선이 굵고 센 이미지 역할을 많이 한 배우 박성웅(51)이 2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게 해준 작품 ‘랑데부’에 진한 애착을 드러냈다. 24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U+ 스테이지에서 개막하는 ‘랑데부’는 아픈 과거의 두 남녀가 만나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에서 사랑이 피어나는 이야기다. 창작 초연인 2인극이다. 박성웅은 김정한 연출이 간곡히 출연 요청을 하며 건넨 ‘랑데부’ 대본을 읽고 무대에 서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복합문화공간 옐로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랑데부’ 대본을 읽고 너무 고마웠다. 건달 등 센 이미지 배우로만 알려진 나를 제대로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동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성웅은 과거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만의 정해진 법칙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남자 ‘태섭’ 역을 맡았다.
김정한 연출은 “화를 내는 캐릭터 1등 배우라고 할 수 있는 박성웅에게서 어린 아이처럼 절제되지 않은 에너지를 봤다. 그런 에너지를 내는 사람은 순수한 다른 에너지도 갖고 있다”며 “박성웅의 숨겨진 에너지가 작품에서 빛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랑데부’가 초연 창작극인 데다 실험적이어서 어려운 작품이라는 것도 박성웅의 구미를 당겼다. 그는 “2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면서 쉬운 작품은 하고 싶지 않았다”며 “‘랑데부’가 충분히 어려운 작품이고 배우들도 ‘어벤저스급’으로 잘 꾸려져 참여했다”고 했다.
박성웅이 최원영과 태섭 역을, 문정희와 박효주가 자신을 가장 괴롭혔던 과거 장소로 돌아온 여자 지희 역을 각각 번갈아 맡는다.
연기파 배우들이지만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데다 90분 내내 좁고 기다란 무대에서 2인극을 펼쳐야 하는 부담도 내비쳤다. 최원영은 “새로운 형식의 무대, 생소한 장치가 무대에서 펼쳐진다는 점이 신선했는데, 막상 연습하다보니 직렬방식의 런웨이 무대에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박성웅도 “실험적인 작품이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느꼈지만 막상 연습을 시작한 뒤로는 김 감독(연출)에게 계속 욕을 했다(웃음)”며 “무대 주위 4개 면이 다 객석이라 단순한 연기만으론 부족하다는 압박이 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배우들은 “서로 호흡이 잘 맞고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며 작품 완성도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꼭 와서 봐야 하고, 공연 끝나면 재연을 기다리는 관객이 많을 것”(박성웅), “재관람하면서 공연을 곱씹을수록 더 즐거워지는 연극”(최원영), “연기하는 맛을 오랜만에 느끼게 한 작품”(문정희), “연습하는 하루하루가 값어치 있게 남는 날들”(박효주)이라고 하면서다. 공연은 다음 달 21일까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