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핵심시설 표적 둔 SRBM 발사 위협
유사시 ‘제한핵전쟁’으로 주도권 장악
미사일 탑재 ‘저위력 핵탄두’ 개발한 듯
HEU 시설 과시 ‘핵보유국 인정’ 포석도
美 대선 전후 핵실험·ICBM 도발 전망
브런슨 “北, 美 개입 차단위해 핵 쓸 수도”
미국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북한이 위협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초대형방사포 사격과 고농축우라늄(HEU)을 만드는 원심분리기 시설 공개, 쓰레기 풍선 살포에 이어 18일에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쐈다. 남한을 겨냥한 도발 행보가 더욱 뚜렷해졌다. 전술핵과 단거리 미사일 등 유사시 한국군과 주한미군을 공격하는 데 필요한 전쟁 수행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한·미를 동시에 압박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2022∼2023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18형을 잇따라 쏘아 올렸다. 발사 직후 화려한 연출기법을 적용한 선전 영상을 띄우면서 미 본토 공격 능력을 과시했다. 전문가들은 화성-17·18형 사거리를 1만5000㎞로 추정했는데, 이는 남미 일부와 남극을 제외한 전 지역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올해는 사거리 1만㎞ 이상 ICBM급 발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극초음속미사일을 제외하면 전술적 성격을 지닌 무기로서 한반도 중·남부를 겨냥한 것들이 눈에 띈다. 이날 발사한 미사일도 한반도 내 표적을 염두에 둔 단거리탄도미사일이다. 핵물질을 생산하는 HEU 제조시설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술핵무기 제작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하라”고 지시한 것을 고려한다면 최근 북한의 행보가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뚜렷해진다.
휴전선 이남 중부지역에는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 오산 미 공군기지, 한국군 항공작전사령부, 지상작전사령부 등 한반도 유사시 대북 군사행동을 이끌 핵심 시설이 있다. 남부지역에는 부산항과 김해 공항 등 미 증원전력 전개에 필수적인 기지가 산재해 있다.
이 시설을 단거리 미사일과 전술핵으로 무력화하는 제한핵전쟁(LNW)을 시도하면, 미국의 대규모 핵보복을 피하면서도 한반도 유사시 전쟁 주도권을 장악할 길이 열린다. 주한미군과 한국 내 미국인을 위협해 미국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재래식 전력에서 한·미 연합군에 열세인 북한으로선 전술핵과 단거리 미사일을 결합한 형태의 전쟁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표준화된 저위력 핵탄두를 개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핵을 앞세운 북한의 새로운 전쟁 개념에 한·미가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대목이다.
특히 북한이 13일 HEU 제조시설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2002년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방북해 제기된 이후 북한은 줄곧 HEU 제조시설의 존재를 명시적으로 시인하지 않았다. 미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불러 제한적으로 공개한 것이 전부다. 이번 공개에 다목적 포석이 깔렸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선 미국을 겨냥해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을 압박하는 동시에 핵 능력을 과시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새로운 미 정부를 상대로 한 협상력을 높이려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북한 도발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당국은 미 대선 전후 북한의 7차 핵실험이나 ICBM급 탄도미사일 도발을 전망하기도 했다. 이번 공개는 북한 연쇄 도발의 신호탄으로 미 대선까지 남은 50여일 동안 다양한 차원의 도발이 시도될 가능성이 크다.
제이비어 T 브런슨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지명자는 17일(현지시간) 인준 청문회에 앞서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김정은은 미국 또는 유엔사 회원국이 한반도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억지하려는 시도로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권의 생존을 담보할 수준의 군사력과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이 김정은의 지속적인 전략적 우선 순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도 북한의 HEU 제조시설 공개가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고 보도했다. 총회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상당한 양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했으며 이 중 일부는 판매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