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한파로 난방비가 급증한 가운데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 ‘0원’이 나온 아파트가 2만1000여가구인 것으로 집계됐다. 계량기를 고의로 훼손해 난방을 했는데도 난방비가 0원인 ‘양심 불량 가구’ 수도 급증했다.
20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개월 이상 난방비가 0원이었던 아파트는 총 17만7391가구였다. 이는 해당 가구가 속한 아파트 단지 총 237만4375세대의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난방비 0원 가구 중 실제 난방을 사용하지 않은 곳은 12만2986가구로 69.3%를 차지했다. 빈집은 3만1706가구(17.9%), 장기간 집을 비운 곳은 5664가구(3.2%)였다. 난방비가 발생하지 않은 원인을 알 수 없어 ‘기타’로 분류된 가구는 5414가구(3.1%)를 기록했다.
문제는 사람이 살면서 난방을 했는데도 난방비가 전혀 나오지 않은 가구다.
계량기 고장으로 비용이 청구되지 않은 가구는 2만1539가구로, 난방비 0원 가구의 12.1%였다.
다만 계랑기 고장 문제는 줄어드고 있다.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은 가구는 2022년 조사에서 2만671가구, 지난해 조사에서 2만7265가구였으나, 1년 새 5726가구(21%) 줄었다.
다만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도록 고의로 계량기를 훼손한 사례는 급증했다. 계량기를 망가뜨린 ‘양심 불량 가구’는 2022년 조사에서 17가구, 지난해 29가구였으나 올해 82가구로 늘어났다.
계량기를 고장 내 난방비를 내지 않은 가구는 경찰에 고발되거나, 같은 아파트 동에서 가장 많은 난방비가 부과되는 등의 조처를 받는다.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은 가구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1만4242가구)에 가장 많았다. 전체 계량기 고장 가구의 66.1%를 차지한다. 경기 다음으로 서울(2371가구), 인천(1665가구)이 뒤를 이었다.
계량기 고의 훼손의 경우 전체 82건 중 72건이 경기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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