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의 사회안전망인 ‘노란우산공제’ 미환급금 누적액이 1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 뒤 한 푼이 아쉬운 소상공인에게 지급돼야 할 돈에 먼지만 쌓이자 일각에서는 ‘우산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노란우산공제를 환급받지 못한 소상공인은 2만1493명, 미환급금 누적액은 179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란우산은 소상공인의 ‘퇴직금’으로 불리는 공적 공제 제도다. 노란우산에 가입한 소상공인이 폐업할 경우 폐업공제금을 지급해 일정 수준의 생계를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당사자가 신청해야만 지급되는데 신청하지 않을 경우 미환급금으로 남게 된다. 일종의 ‘주인 잃은 돈’으로 노란우산이 소상공인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셈이다.
2020년 2921억원까지 쌓였던 노란우산공제 미환급금 규모는 2021년 1424억원으로 1년 만에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이는 중기중앙회에서 2018년에 출범한 ‘콜센터 폐업전담팀’이 2021년부터 행정안전부, 법원행정처 등 외부기관에서 폐업자 관련 데이터를 지원받아 폐업한 노란우산가입자를 관리한 결과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2년(1600억원)부터 다시 불어나기 시작한 미환급금은 지난해 1917억원이 쌓인 뒤 올해는 7월 말 기준 소폭 줄어들었다.
이처럼 다시금 미환급금 규모가 늘어나기 시작한 배경에는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 ‘줄폐업’이 자리한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지급된 노란우산 폐업공제금은 88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901억원)보다 12.4% 늘었다.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6142억원에서 2020년 7283억원, 2021년 9040억원, 2022년 9682억원 등으로 매년 늘어 지난해(1조2600억원)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고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폐업이나 사망 등 공제 사유가 발생해도 청구를 안 해서 저희가 폐업공제금을 드리지 못하고 있다”며 “2018년부터 폐업 전담팀과 콜센터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안내를 드리며 미환급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마음대로 계좌이체를 해드릴 수도 없다. 소상공인 중 계좌가 압류된 경우가 많이 있어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특히 고령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아무래도 폐업공제금 미수령 소상공인의 대부분은 고령층일 것으로 예상된다. 병환 때문에 전화를 잘 못 받을 수도 있고 서류처리 같은 것에 서툴러 잘 못 할 가능성이 높다”며 “고령 폐업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이에 맞춘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유관기관과의 정보연계 강화, 미청구자 대상 홍보 강화 등 미환급금 문제 개선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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