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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발견 명소가 된 아라뱃길…왜?

입력 : 2024-10-13 13:31:12 수정 : 2024-10-13 13: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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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라뱃길에 설치된 경고문. 수심이 깊다고 적혀 있다.

최근 인천 아라뱃길에서 시신 2구가 잇따라 발견됐다. 지난 3년간 아라뱃길에서 발견된 시신만 무려 15구에 이른다.

 

아라뱃길은 서해와 한강을 잇는 우리 민족의 멋과 얼, 정서와 문화가 흐르는 뱃길로써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글로벌 명품 뱃길’의 염원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자살이나 시신을 유기하는 명소로 전락했다.

 

아라뱃길은 서울, 김포, 인천에 걸쳐 흘러간다. 행주대교(서울시 강서구 개화동) 인근 아라 한강갑문에서부터 시작하는 물줄기는 김포시를 지나 인천 계양구를 거쳐 서구를 통해 바다로 이어진다.

 

13일 세계일보가 아라뱃길을 찾아 원인을 살펴보니 △인적이 드물고 △폐쇄회로(CC)TV도 많지 않았다. 또 △마음만 먹으면 쉽게 뛰어들 수 있었다. 옳지 못한 선택이나 범죄에 취약한 이유다.

 

지난달 아라뱃길에서는 나흘 간격으로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다. 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2일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아라뱃길 수로에서 A(10대)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아라뱃길 수로를 항해하던 선박 관계자가 물에 떠 있는 A군의 시신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A군의 시신에서 외상 등 타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시신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앞선 17일에도 50대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의 시신을 목격한 행인이 “사람이 물가에 떠있다”고 112신고했다.발견 당시 B씨 시신 일부가 훼손된 상태였으나 이 사건 역시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 CCTV 영상 분석 결과 A씨는 아라뱃길에서 목을 맨 상태로 투신해 목 부위가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사고가 계속 이어지는 원인은 인적이 드문 데다 CCTV가 부족해 사고나 범죄가 발생해도 곧바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산책로를 걸어보니 CCTV가 많이 부족해 보였다. 도로에도 CCTV가 있지만 한 대로 다리 전체를 돌아가며 비추고 있어 실시간으로 위험을 살피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는 아래뱃길 전체가 상황이 비슷하단 것으로 사각지대가 많아 범죄나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 보였다. 특히 성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강 안으로 뛰어들 수 있을 정도였다. 즉 나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노숙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보이는 텐트도 발견됐다. 텐트는 계양구 오류동에서 아라뱃길로 이어지는 초입에 설치돼 있었다. 안에 사람이 없어 모두 확인할 수 없었지만 사용한 베개 등이 있었고 인근 나무에는 구명조끼가 걸려있었다. 텐트는 설치한지 오래 됐는지 외부가 심하게 오염되고 훼손된 흔적이 있었다.

인천 아라뱃길에 설치된 텐트. 배게 등 사용 흔적이 있다.

인근에는 산책로가 있지만 주말을 제외하면 이용하는 주민은 적은 편이다. 13일 오전 9시쯤부터 약 1시간가량 산책로를 따라 이동했으나 마주친 주민은 단 7명이었다. 인적까지 드문 상황 뱃길 옆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든지, 사체를 유기하는 등의 범죄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또 한강과 달리 안전난간이 설치된 다리는 15곳 중 3곳뿐이며 수심은 깊어 사고 위험도 높다.

아라뱃길에 설치된 안전난간이 설치된 다리는 15곳 중 3곳뿐이다.

인근 주민들은 산책로 구간에 안전장치를 더 설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 휴식 공간인 아라뱃길이 극단적 선택의 명소처럼 여겨지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이날 한 주민은 “낮엔 그렇다 치더라도 밤이면 인적이 드물어 무서울 정도”라면서 “여름철 한강엔 많은 사람이 모이지만 부족한 시설과 안전에 대한 우려로 주민들조차 잘 찾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라뱃길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남양주의 북한강변과 달리 아라뱃길은 발전에서 소외된 곳”이라며 “소문을 듣고 손님들이 먼 곳에서 찾아오지만 방문객이나 인적이 드물다”고 언급했다.

 

아라뱃길은 지난 2015년 5월 개통했다. 하지만 적은 이용과 관심 부족으로 휴식의 공간으로서의 기본적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 또 안전난간과 같은 안전관리 부족으로 안타까운 사고와 범죄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글·사진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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