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령을 받고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간부 3명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4부는 그제 민노총 전 조직쟁의국장 석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함께 기소된 전직 간부 2명에겐 각각 징역 7년과 5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피고인들의 간첩 혐의 대부분을 인정한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노조 간부들이 북한 지시를 받고 하수인 노릇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느슨해진 대공수사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피고인들은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사건을 조작했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이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서 발견된 북한 지령문만 89건으로 역대 간첩 사건 중 가장 많았고, 이들이 북에 보고한 문건들도 여러 건이 적발됐다. 2021년에는 평택 미군기지와 오산 공군기지 등 군사시설을 직접 촬영해 북한에 전달했고, 심지어 충성 맹세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북한을 이롭게 하고 우리 사회에 분열과 혼란을 초래해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큰 범죄”라고 적시했다. 이래도 민노총이 조작이라고 주장할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00만명이 넘는 조합원을 보유한 민노총이 종북세력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다. 조직쟁의국장은 산하 산별 연맹과 지역 연맹을 총괄하는 민노총 실세다. 석씨는 민노총 내부에서 동조자를 포섭해 비밀 조직을 만들었고 ‘지사장’으로 불렸다. 민노총 홈페이지 게시판과 유튜브 동영상 댓글도 대북연락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민노총 산하 노동조합에 가입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조합비를 납부해 온 전체 조합원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민노총은 이제라도 제대로 해명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북한의 대남 위협이 갈수록 커지는데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마저 암약하도록 방치해선 안 될 일이다. 간첩 사건 수사 노하우와 해외 방첩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해외 북한 공작원 접촉 등 증거 축적과 일망타진을 위해 통상 10년 가까이 장기 수사하는 게 대공수사의 관례다. 문재인정부가 밀어붙인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은 이미 전문성 부족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대론 안 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하루속히 제자리에 돌려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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