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예산 수십억원을 아낀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월 즈음부터 강원도 동해안에는 상어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상 기온으로 바다 수온이 크게 오르면서 평소 보이지 않던 상어들이 먹이를 찾아 동해안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됐다.
휴가철을 앞둔 상황에서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 지자체들은 관광객들이 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했고 결국 상어가 해안까지 들어올 수 없도록 막는 그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실제 양양군의 경우 예산 6000만원을 들여 그물을 600m가량 설치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앞 다퉈 그물 설치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예산이었다. 상어 접근을 막는 그물 100m을 설치하는데 1000만원 상당이 필요했다. 관광객들이 찾는 동해안 해수욕장마다 그물을 설치하려면 수십억원이 들어갈 판이었다. 예정에 없던 대규모 예산을 새롭게 편성하는 일도 부담이었다. 상당한 예산이 들어가게 되자 지자체들은 도에 그물 설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먼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었다. 해양수산 전문가들은 상어가 동해안 먼 바다에서 출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수욕장까지 들어올 확률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보다는 해파리가 극성을 부릴 수 있으니 해파리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지사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상어 대신 해파리를 막는 그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올해 여름 강원 동해안은 해파리가 대규모로 출몰해 극성을 부렸으나 도가 선제적으로 동해안 15개 해수욕장에 해파리 방지 망을 설치하면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반면 상어로 인한 피서객들의 피해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예산도 상당히 절감됐다. 해파리 방지망은 100m를 설치하는데 100만원이 채 들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는 “전문가들 의견과 관계없이 보여주기 식으로 상어를 막는 그물을 설치할 수도 있었다”며 “도민들이 낸 세금을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고 당시에도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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