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두려움과 마주하며 그 선을 넘어야 하는 소방관들의 존재를 기록하고 슬퍼하는 이들에게 작으나마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습니다.
33년 차 소방관이 수많은 화재와 재난 현장에서 마주하며 느낀 솔직한 감정들과 소방관으로서의 삶의 애환과 보람 등을 한 권의 시집에 담아 펴냈다. 전북 군산소방서에서 현장대응단장으로 근무 중인 한창규(59사진) 소방령은 24일 생애 처음 출간한 시집 ‘늦은 꽃, 눈에 들지 않아도’에 대해 이같이 집필 소감을 밝히고 “참혹한 현장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고 남겨진 이들과 새로운 희망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섰다”고 말했다. 그는 시집 서두에서도 “30여년을 소방관으로 살아오며 겪었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이를 견디며 살아온 날들을 묵직한 두근거림으로 기록했다”고 적었다.
한때 문학소년으로써 소설가를 꿈꿨던 한 단장은 소방관으로서 녹록지 않은 시간을 쪼개 시를 써왔다고 한다. 그동안 쓴 수백 편의 시 가운데 65편을 간추려 이번에 한데 엮었다. 시집에서 소방관으로서 마주했던 참혹한 경험과 감정을 짧지만 담담한 시구로 풀어낸 시 10여편도 담았다. 올해 2월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를 진압하다가 순직한 2명의 동료를 떠나보내며 쓴 ‘우리의 별을 뜨는 것이 아니라 묻는 것이다’와 2001년 군산 개복동 집창촌 화재 참사를 회고한 ‘화염’ 등이 그것이다.
그는 시를 통해 “화재로 삶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의 비극에 그치지 않는다”고 전하며, 잿더미 속에서 발견한 인간적 고통과 사회적 책임을 덤덤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희망의 시작과 새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는 따뜻한 메시지도 담았다. 소방관의 시선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내면과 삶의 단상을 탐구한 작품들을 다수 담았다.
한창규 단장은 “소방 현장에서 맞닥뜨린 슬픔과 아픔을 위로·격려하고 힘든 시간을 극복하면 좋을 날이 올 것이라는 마음을 모두에게 전하기 위해 시집을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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