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하 군수 성추행·금품수수 혐의
“사퇴 촉구” 유권자 4786명 서명
郡선관위, 소환제 절차 본격 돌입
청구 인용되면 군수 직무정지
이르면 2025년 2월 투표 실시 전망
역대 해임 1.45%… 사실상 쉽지 않아
강제추행과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진하(사진) 강원 양양군수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이르면 내년 2월 실시된다. 주민들은 김 군수의 해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주민소환제로 해임된 사례는 전체의 1.45%에 불과해 실제 해임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양군선거관리위원회는 ‘김진하 사퇴 촉구 범군민 투쟁위원회’로부터 주민소환 청구 명부를 접수했다고 11일 밝혔다. 명부에는 김 군수의 사퇴를 원하는 양양지역 유권자 4786명의 자필 서명이 담겼다. 선관위는 이날 청구인 명부 심사확인을 위해 양양군청에 주민등록명부를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주민소환제 절차를 시작했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에게 문제가 발견됐을 때 임기 중 주민투표를 통해 해임할 수 있는 제도다. 유권자 15% 이상이 찬성하면 주민소환제가 발효된다. 선관위가 파악한 양양 유권자는 2만5136명으로 15%는 3771명이다. 투쟁위는 명부 확인 과정에서 유효한 서명 수가 줄어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더 많은 유권자의 서명을 받았다.
선관위는 명부에 작성된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등을 확인해 유효표와 무효표를 구분하게 된다. 이 작업에만 2주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유효표가 15%를 넘어서면 명부 심사 결과를 일주일간 공지하고 주민소환대상인 김 군수에게 소명서 제출을 요구한다. 김 군수는 20일 내에 소명해야 한다. 이후 선관위는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심의한 후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주민소환제 청구가 인용되면 이때부터 김 군수의 직무는 정지된다.
선관위는 모든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이르면 내년 2월에 주민소환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투표율이 전체 투표 대상자 33.3%를 넘어야 개표할 수 있고 과반수가 찬성하면 김 군수는 해임된다. 만약 투표율이 33.3%보다 낮으면 김 군수의 직무 정지는 해제된다.
김 군수에 대한 해임 여론이 상당하지만 주민투표제를 통한 실제 해임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민소환제가 도입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38건이 청구됐고 이 가운데 11건이 투표로 이어졌으나 2007년 경기 하남시의회 의원 2건만 가결될 정도로 성공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머지 9건은 투표율 미달로 개표가 이뤄지지 않아 부결됐다.
인구가 2만7500명에 불과한 지역사회라는 점도 해임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투쟁위 관계자는 “서명부에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을 적다 보니 서명한 사람이 누군지 쉽게 알 수 있다더라 혹은 나중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등의 소문이 지역사회에서 파다하다”며 “무언의 압박을 받는 경우도 상당해 명부 작성부터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김 군수는 지난해 12월 여성 민원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바지를 내리고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장면은 카페 내 폐쇄회로(CC)TV에 모두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김 군수는 당을 탈당하고 제기된 의혹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군수를 강제추행과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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