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도로에서 발생한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가 8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가 로드킬로 희생된 동물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고라니와 너구리, 개, 노루, 오소리, 멧돼지 등 순으로 로드킬 건수가 많았다. 정부는 로드킬이 많이 발생하는 100개 구간을 선정해 집중관리하기로 했다.
◆로드킬 8만건 육박, 고양이가 절반
26일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도, 고속도로, 지방도, 시·군·구도 등 전국 도로에서 발생한 로드킬은 2019년 2만1397건에서 시작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만5107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3만7261건으로 급증했다. 2022년 6만3989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3.9% 증가한 7만9278건이었다.
로드킬이 증가한 것은 도로관리청에서 로드킬 정보시스템 활용을 통한 신고가 정착되면서 정보 수집률이 향상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로드킬로 희생된 종별로는 고양이가 3만8143건으로 48.1%에 달했다. 고라니 1만8267건(23.0%), 조류 등(포유류·가축·양서·파충류) 1만4612건(18.5%), 너구리 4011건(5.2%), 개 2575건(3.2%), 노루 968건(1.2%), 오소리 510건(0.6%), 멧돼지 192건(0.2%)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전국 5개 권역별 로드킬 현황을 보면 수도권이 2만6336건으로 가장 많았고, 영남권 2만240건, 충정권 1만7762건, 전라권 1만597건, 강원·제주권 4343건이었다. 도로별로는 시·군·구도에서 3만8432건이 발생했고, 국도 2만8780건, 지방도 6439건, 고속도로 1045건, 기타 도로 4582건이었다.
◆“저감대책으로 로드킬 71% 감소”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제3차 로드킬 저감대책’(2025~2027년)을 수립해 도로관리청 등 관계기관에 배포했다. 로드킬 저감대책은 2020년 ‘동물 찻길 사고 조사 및 관리지침(예규)’에 따라 처음 수립됐는데, 당시 로드킬 다발 상위 50개 구간의 사고 발생 건수가 2019년 1197건으로 전체(2만1397건)의 5.6%에 달했다. 50개 구간은 저감대책 추진 이후 3년(2021~2023년)간 연평균 사고 발생 건수가 71%(851건)나 줄었다. 2022년 2차 저감대책에 포함된 로드킬 다발 상위 80개 구간은 차기 대책수립 시 효과 분석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3차 저감대책은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조사한 2023년 기준 로드킬 발생현황 등을 토대로 상위 100개 구간을 새롭게 선정했다. 보호대상을 기존 조류, 포유류에 더해 양서·파충류, 두꺼비 등까지 확대했다.
구간별 맞춤형 로드킬 예방대책도 세웠다. 양평, 횡성, 남원 3개 구간에서는 출현한 야생동물의 종류 및 시간 등 다양한 정보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200m 전방에 설치한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안내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10월 한려해상 국립공원 도로에 시범 설치한 결과, 현재까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가시적인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울타리가 없어 도로에 야생동물 진입이 쉬운 59개 구간에는 유도울타리를 세우고, 울타리 중간 연속 설치가 어려운 4개 구간엔 고라니 등 발굽 동물이 싫어하는 ‘노면진입 방지시설’을 바닥에 설치한다. 마을 인근 등 51개 구간은 사고 다발 구간 시작점 앞에 야간 인식이 가능한 ‘발광다이오드(LED) 주의 표지판’을 설치하고, 13개 구간은 차량 속도 감속을 유도하기 위한 ‘구간 단속 카메라’를 병행 설치한다.
김태오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사람과 야생동물 모두 안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야생동물의 원활한 이동을 도모하는 생태통로 설치의 실효성 제고와 체계적 관리를 위해 제도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23년 전국 로드킬 현황
고양이 3만8143건(48.1%)
고라니 1만8267건(23.0%)
조류 등(포유류·가축·양서·파충류) 1만4612건(18.5%)
너구리 4011건(5.2%)
개 2575건(3.2%)
노루 968건(1.2%)
오소리 510건(0.6%)
멧돼지 192건(0.2%)
■전국 로드킬 추이
2019년 2만1397건
2020년 1만5107건
2021년 3만7261건
2022년 6만3989건
2023년 7만9278건
<자료 :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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