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J6 인질(J6 hostages)’이라는 말이 있다. 1월6일(January 6th)의 영어 약자인 J6과 인질을 합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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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6일은 미국 헌정사에서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날이다. 2020년 11월 대선에서 패배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는 폭도들이 차기 대통령 인준을 막기 위해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을 폭력 점거한 2021년 1월6일이 그날이다. 경찰관 1명과 폭도 4명이 숨지고, 경찰관 110여명과 폭도 5명이 다쳤다. 미국 민의(民意)의 전당이자 국가 최고의 의정 기관인 연방의회 의사당이 물리적 피해를 본 것은 1983년 테러 이후 처음이며, 특히 같은 미국인의 공격을 받은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다. 이 폭동에 가담해 사법처리를 받은 폭도를 트럼프 대통령은 인질이라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로툰다)에서 진행된 취임식 후 노예해방홀을 찾아 연설하면서 2020년 대선에 대해 “완전히 조작됐다”며 부정선거론을 거듭 제기하며 “말이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분은 행복해질 것이다. 여러분은 J6 인질에 대한 많은 행동을 보게 될 것”이라고 1·6폭동 가담자의 사면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어 당일 1·6 폭동 사태로 기소된 지지자 1500여명을 바로 사면하고 14명을 감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에 J6 있다면 한국에는 J19가 있는 셈이다. 지난 1월19일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폭도가 난입날이다. 폭도 대부분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진실인 양 믿는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와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 표현대로라면 1·19 서부지법 난입사태로 사법처리 대상인 된 폭도는 J19인질인 셈이다. 1·19 서부지법 난입사태 당시 폭도는 법원 시설과 기물을 파손하고 경찰관과 취재진을 폭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100여명(경찰 추정)이 가담한 이번 사태와 관련해 26일 기준 61명이 구속됐다. 방화 시도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10대도 있다.
미국의 ‘J6’ 사면·복권 사례가 ‘J19’에게 앞으로 잘못된 신호를 줄지 우려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기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범법자, 전과자 신세로 전락할 운명의 사람들이 양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J19 폭도’는 근거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앞세워 법치주의의 최고이자 최후 보루인 사법부를 유린한 반(反)헌법, 반법치 세력으로서 죄질이 순악질이다. 누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든지 1·19 폭도와 그 동조자들에게 그릇된 믿음을 강화할 수 있는 관용이 베풀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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